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이 ‘2026년도 제28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2026년 K-BPI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보 과잉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급변한 가운데 ‘인지의 질(Quality)’이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올해 K-BPI 조사 결과 전체 브랜드 총점은 전 산업 평균 334.2점(2025년 대비 1.5점 상승), 1위 브랜드 평균 634.3점(2025년 대비 6.8점 상승)으로 5년 연속 상승했다. 특히 소비재, 내구재, 서비스재 전 부문에서 1위 브랜드가 2·3위권과의 격차를 벌리는 ‘승자독식’ 현상이 뚜렷해졌다.
인지 효율성 최상위 브랜드로는 모빌리티(택시)의 카카오T(87.5%), 생성형 AI의 챗GPT(86.9%), 중고거래플랫폼의 당근(86.6%), 뷰티플랫폼의 올리브영(83.3%)이 꼽혔다. 인지 효율성 톱10 브랜드의 ‘구입 가능성’ 지수는 76.7점으로 K-BPI 1위 구입 가능성 평균(75.2점)을 웃돌았다.

둘째,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영향력이 단순 침투를 넘어 ‘시장 재편’ 단계에 진입했다. 전체 산업 중 글로벌 브랜드가 1위를 차지한 곳은 총 16개(7%)였다. 내구재 부문 글로벌 1위 비중은 14.3%로 소비재(7.6%), 서비스재(2.4%) 대비 압도적인 경쟁 강도를 보였다.
내구재 부문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은 로열티 항목에서 산업 평균 대비 2.1점의 우위를 보이며 ‘국산=신뢰’라는 공식을 깨뜨렸다. 특히 ‘가격 대비 가치’(+3.7점)와 ‘품질 우수성’(+2.6점)에서 국내 브랜드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청소기 산업에서 로보락의 1위 역전은 품질과 사후 관리, 보안까지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은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셋째, K-BPI는 올해 처음 ‘라이징 브랜드’ 톱10을 선정했다. 가성비·헬시플레저·AI 테크로 무장한 라이징 브랜드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다. 이들은 기존 선도 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고비용 구조의 틈새를 파고들어 시장 판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고가 홈케어의 문턱을 낮춘 VT코스메틱(리들샷), ‘쉬인깡’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패션 브랜드 쉬인 등은 효능 중심의 실속과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냈다.
헬시 플레저 라이징 브랜드도 돋보였다. 코웨이의 비렉스는 매트리스와 안마의자를 통합한 슬립테크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라라스윗은 저당 아이스크림이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해 ‘맛’과 ‘건강’ 사이의 타협 없는 소비를 실현하며 편의점 품절 대란의 주역이 됐다.

AI 기술이 ‘혁신성’을 넘어 ‘실질적 효용’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성공한 AI 기반 브랜드는 개인의 환경과 수준에 맞춘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진입 초기부터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낸다. 로봇청소기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드리미는 사용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 청소’의 표준을 제시해 국내 가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라이징 브랜드로 떠올랐다.
AI가 마케팅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소비 습관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전통적 채널에서 벗어나 AI에 무엇을 살지를 먼저 묻는다. 사용자가 쇼핑몰을 헤매거나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최적의 답을 얻는 ‘제로 클릭(Zero-click)’ 현상이 확산하는 것이다. 이는 브랜드 성과지수(KPI) 역시 노출 중심에서 ‘AI가 신뢰하고 인용하는 빈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AI는 인간의 언어 흐름보다 표나 항목화된 구조적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학습하고 호출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K-BPI 데이터를 활용해 브랜드의 포지션·소비자 충성도·브랜드 연상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사람과 AI 엔진 모두 읽기 편한 방식으로 브랜드 정보를 재구성해야 한다.
AI는 정보 출처의 권위도 중요하게 인식한다. K-BPI는 1999년부터 28년째 진행 중인 국내 최초 브랜드 진단 평가 모델로, 공공·민간·학계·산업계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수십 년간 검증된 시계열 데이터를 마케팅 성과 분석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AI가 해당 브랜드 정보를 ‘가장 믿을 만한 권위 있는 데이터’로 인식하게 만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성범석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머지않아 소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최초인지도(TOM)는 AI가 정보를 우선적으로 추출하는 ‘최초호출도’와 같은 수준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은 K-BPI 데이터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 연상 이미지를 다각도로 진단하고 이를 데이터 기반의 전략으로 연결해야 AI 시대에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올해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는 2025년 10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약 3.5개월에 걸쳐 실시했다.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0세 미만 남녀 총 1만3500명을 대상으로 1 대 1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K-BPI 지수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수용하는 크기인 브랜드 인지도(70%)와 수용하는 강도인 브랜드 로열티(30%)를 결합해 1000점 만점으로 산출한다. 인지도는 최초(40%), 비보조(20%), 보조인지도(10%) 세 항목으로 구성되며 로열티는 이미지, 구입(이용) 가능성, 선호도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한 뒤 표준화 점수(Z-Score)로 변환해 반영한다.
이를 통해 소비재 79개, 내구재 49개, 서비스재 85개, Special Issue 14개 등 총 227개 산업별 1위를 선정해 발표한다.
박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