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코스닥시장을 1·2부로 분리하는 구조 개편안을 공식화했다. 상장폐지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남은 기업은 성장 단계별로 나눠 시장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정책 목표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환율시장 및 외국인 투자자 제도 개편안도 나왔다.
◇코스닥시장 역동성 제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며 “코스닥시장을 2개 리그로 나누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 역동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코스닥시장은 ‘한국의 나스닥’을 표어로 기술기업 및 성장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출범했지만 성장 단계와 실적 규모가 제각각이라 투자자와 시장 내 기업 양쪽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금융위는 코넥스와 코스닥 2부, 코스닥 1부로 나뉜 ‘3층 구조’를 확립해 단계별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1부는 현 코스닥 기업 중에서도 170개 이내의 우량 혁신기업으로 구성해 걸맞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조 개편에 따른 지원 정책도 나왔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금융사들이 조성한 코넥스 펀드를 현 1000억원 규모에서 2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상장 비용은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코넥스시장 상장 추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보유 비중 유지 요건을 5%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코넥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도 검토한다.
코스닥시장 기술특례상장 제도도 확대 운영한다. 금융위는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을 연내 개정해 바이오·인공지능(AI)·우주·에너지 분야로 제한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첨단로봇과 K콘텐츠, 사이버보안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당국은 이번 코스닥시장 개편의 지향점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을 제시했다. 코스닥시장이 사실상 유가증권시장의 ‘2부리그’로 전락한 것과 달리 나스닥시장은 글로벌 셀렉트, 글로벌, 캐피털 등 세 등급으로 나눠 뉴욕증권거래소와 별개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프리미엄 세그먼트(코스닥 1부) 내 최상위 대표기업 중심 지수를 개발하고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해 투자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며 “코스닥시장의 스타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충분히 투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M&A·상장폐지 통한 퇴출에 속도
M&A를 통한 저성과 상장사 퇴출에도 문을 열어줬다. 금융위가 오는 9월까지 발의를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상장사 경영진은 인수 목적과 가격, 산정 근거 등이 상세하게 기재된 제안서가 들어오면 이를 공시해야 한다. 이사회는 제안을 지배주주가 아니라 전체 주주 관점에서 검토하고 입장을 공개해야 한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대변해 진지한 M&A 제안을 관성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막고,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에 따라 판단하고 공시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표한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혁 방안도 강화해 운영한다. 내년 6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을 두고 거래소 내 ‘집중관리단’을 구성해 올해 상장폐지 대상 기업을 50개에서 150개 내외로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통령도 “가게에 갔는데 썩은 물건인지 제대로 된 물건인지 알 수 없으면 그 가게에 가기 싫어진다”며 “거래 시스템을 정리해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李 요청에…거래소 “결제일 당길 것”
이날 이 대통령은 주식 거래 대금 결제일 구조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현재 국내 주식 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하면 실제 대금 정산까지 2영업일이 소요된다. 주식을 매수할 때도 우선 증거금을 납부한 뒤 2거래일 안에 잔금을 채워 주식을 받는 미수거래가 성립한다.이 대통령은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을 모레 주냐는 얘기가 있다”며 “필요하면 조정하는 의제 중 하나로 만들어 검토했으면 어떨까 싶다”고 요청했다.
이에 거래소도 결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2거래일에서 하루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전범진/박주연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