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800만 배럴의 원유 ‘최우선 구매권’을 확보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유·석유화학산업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18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어 “세계적 원유 수급 비상 상황에서 UAE가 한국에 최우선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 술탄 알 자베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고 귀국했다.
그는 “(UAE 측이) ‘한국보다 먼저 원유를 공급받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확약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구매 권리를 확보한 원유는 1800만 배럴이다. 지난 6일 확보한 600만 배럴과 합치면 총 2400만 배럴이다.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이 약 300만 배럴인 점을 고려하면 8일치의 원유를 확보한 것이다. 앞서 약속한 600만 배럴 중 400만 배럴은 이미 한국으로 수송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번에 확보한 원유 1800만 배럴을 정부가 정유사의 재고와 가동률을 감안해 배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유는 호르무즈해협이 아니라 우회로를 통해 국내로 들여온다. UAE 국적선 3척과 한국 국적선 6척이 투입된다. 양국은 ‘상시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고, 장기 공급을 위한 ‘원유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와 2011년 ‘아크부대 파견’ 등 꾸준히 이어진 양국 동반자 관계가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확보한 원유가 국내 산업에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환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실장은 “국내 수요 산업의 중동산 비중을 고려하면 열흘가량의 시간을 번 것”이라며 “명확한 ‘플랜B’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2400만 배럴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UAE 우회항만의 선적 가능 물량은 하루 150만 배럴 수준이고, 역시 이란의 드론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급에 비상이 걸린 나프타도 UAE로부터 들여오기로 했다. 강 실장은 “나프타를 실은 선박 한 척이 한국으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오후 3시 원유 부문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관심’(1단계)에서 ‘주의’(2단계)로 격상했다. ‘주의’는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수요 관리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비상 대응이 시작되는 단계다.
김대훈/김리안/박종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