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8일 “시점을 특정하면서 무리하게 개선안을 내놓기보다 방안을 더 다듬은 뒤에 내놓는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개선안에는 회장 연임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과 사외이사 독립성·전문성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발표 당일 돌연 일정이 취소되면서 뒷말이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간 이견설, 청와대 개입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개선안 내용과 정책 수위를 둘러싼 막판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 주총 일정이 대부분 확정된 점도 금융당국으로선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개선안을 내놓더라도 이번 주총에 반영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제도 변화를 당장 이사회와 주총에 녹여내지 못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선 발표를 강행해도 실제 적용은 못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선안 발표를 마냥 늦추는 것도 정책 추진 동력 측면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금융지주와 간담회, 워킹그룹 등을 통해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해 왔다. 최종 발표가 계속 늦춰질 경우 금융당국이 애초 노렸던 현직 회장 연임 국면에서 제도 적용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막판 쟁점은 규제 강도과 적용 범위다. 처음 논의는 은행 금융지주 중심의 모범관행 정비에 초점을 맞췄다. 개선안 발표가 지연되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메리츠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비은행 금융지주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단순한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금융지주 전반의 규율 체계를 손보는 문제로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비은행 금융지주에는 성과보수 체계 개편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임원 보수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 정책을 주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세이 온 페이’와 금융사고 발생 시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환수제(클로백)’ 도입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제도는 투자금융 비중이 높고 성과급 비중이 큰 비은행 금융지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임원 보수 체계 전반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법 개정 취지도 있고 글로벌 정합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지주가 당국이 제시한 방향에 맞춰 일부 안건을 반영한 만큼, 실제 적용 수준을 고려하면서 최종안을 한 번 더 다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뿐 아니라 상호금융 조합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미현/김수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