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사(khamsa)’는 이슬람 문화권에 널리 퍼진 손바닥을 본뜬 행운의 상징이다. 스페인 알람브라궁전 등 주요 이슬람 유적에 이 손 모양의 상징이 새겨져 있다. 다섯 개 손가락을 지칭하는, 5를 뜻하는 아랍어 ‘함사’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함사의 다섯 손가락은 흔히 무슬림의 5대 의무인 하다(신앙고백), 살라트(기도), 하지(순례), 소움(금식), 자카트(자선 헌금)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권에서 구체적인 인간의 손 모양 문양이 살아남은 이유다.이슬람 수비학(numerology)에서 숫자 5는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쿠란에는 유일신 알라의 권능을 상징하는 ‘5000명의 천사’가 등장한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성지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린다. 이란에서 주류를 이루는 시아파 무슬림은 예언자 무함마드와 그의 딸, 사위, 두 손자 등 5인을 ‘아흘 알키사’(망토를 두른 사람)로 부르며 성인으로 존숭한다.
이처럼 완전함을 상징하며 특별대우를 받은 숫자 5와 달리 다른 숫자들은 넘치거나 모자라는 탓에 ‘불완전함’이나 ‘그름’을 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설 동영상에서 그의 손가락이 6개로 보인 것과 관련해 이슬람권에서 ‘사망설’이 확산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어제 네타냐후 총리는 한 카페를 방문한 자리에서 의식적으로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주 이스라엘 정부가 공개한 자신의 영상에서 오른손 손가락이 6개로 보인 뒤 사망설이 퍼진 것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네타냐후 암살을 공언한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 정부가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을 내세워 네타냐후 사망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 촬영 각도와 조명 등에 따라 순간적으로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해명에도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손가락 개수로 논란이 증폭된 것은 숫자 5를 중시하는 무슬림에게 유독 6개의 손가락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은 아닐까. 믿고 싶은 대로 보는 게 사람이니까.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