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FOMO·소외 공포)의 과학적 근거는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 찾을 수 있다. 그 핵심은 손실회피성(loss aversion)이다.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두 배 이상 고통스럽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얻지 못한 이익’에도 그대로 작동한다. 남들이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기회를 놓쳤다는 상실감은 아쉬움을 넘어 큰 심리적 고통으로 받아들여진다.최근 한국 증시는 한마디로 ‘포모 장세’다. 다른 주요국 증시와 달리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번갈아 발동될 정도로 패닉바잉(공포 매수)과 패닉셀(투매)이 교차하는 모습은 포모 장세의 전형이다. ‘더 오를까 봐 쫓아 타는 심리’와 ‘조금만 꺾여도 한꺼번에 던지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한다. 같은 외부 충격(중동전쟁)에도 한국 지수의 단기 변동률이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 대비 세 배 이상 크게 나타난 것도 이런 불안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개인의 매매 패턴은 더 극단적이다. 하루 4조원어치를 순매수한 다음 날 3조원을 순매도하는 식의 급격한 회전이 반복된다. ‘빚투’를 대변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공포와 탐욕이 빠르게 교차하는 시장에선 투자 호흡도 짧아진다. 확신이 아니라 조급함이 거래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 증시에서 포모가 위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우리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유난히 높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도 군중심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개인은 심리에 더 쉽게 흔들리고 그 집단적 불안은 가격에 더 빠르게 반영된다. 여기에 SNS가 포모 증후군에 기름을 붓는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며칠 만에 100% 수익을 냈다는 게시물이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하면 기회 상실의 공포는 순식간에 증폭된다. 모바일 트레이딩의 편의성, 커뮤니티의 전염성, 실시간 비교의 압박까지 겹치면 상대적 박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포모가 극대화된 시기에는 시장 수익률이 오히려 2%가량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구글 검색 데이터를 토대로 ‘글로벌 FOMO 지수’를 산출해 이를 역발상 투자 전략에 활용하는 시도가 나오는 이유다. 포모에 휘둘린 자금이 유입되면 가격은 급등하고, 빠질 때는 한꺼번에 무너진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 장기 투자자까지 변동성에 휘말려 원치 않는 포지션 축소를 강요받는다. 자본 배분 기능도 왜곡된다. 기업의 실적이나 경쟁력보다 ‘지금 뜨는가’가 투자 기준이 되면 자금은 생산적 부문이 아니라 일시적 테마에 몰린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나아가 정책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정책이나 공공 메시지가 특정 섹터 급등의 신호로 해석되기 시작하면 ‘정책=단타 재료’라는 인식이 퍼진다. 당국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이 투기적으로 변질될 위험이 커진다.
이제 포모를 개인의 탐욕이나 미숙함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계좌 규모와 투자 경험, 손실 이력 등을 반영해 신용·미수 한도를 세심하게 조정하는 위험 기반 관리 시스템을 검토할 만하다. 시장 변동성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 개인 레버리지 한도를 추가로 낮추는 변동성 연동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투자 교육의 초점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를 벌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포모에 중독된 시장은 대가를 치른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강한 자극이 아니라 단단한 절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