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새벽 비행기 타고 서울에 도착했어요. 숙소에 짐을 풀고 여기로 바로 달려왔죠." 17일 오전 9시30분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은 이른 시간부터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건물 외벽을 장식한 방탄소년단(BTS) 로고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신 셀카를 남기며 ‘성지 인증’을 하면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다나카 씨(42)는 새벽 비행기로 입국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곧장 이곳으로 향했다. 오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BTS 컴백 콘서트 때문이다. 그는 "BTS를 볼 생각에 너무 설렌다. 4월 고양시에서 열리는 공연까지 보려고 다음달 20일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서트를 기다리는 동안 경주와 제주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공연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한국 여행온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미국에서 온 캐츠 씨(41) 가족은 티켓팅에는 실패했지만, 콘서트 분위기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광화문 인근 숙소를 잡았다. 캐츠 씨는 "BTS 팬인 딸을 위해 가족이 다 함께 서울에 오게 됐다"며 "최대한 가까이서 BTS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 인근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딸 에밀리(12) 양은 BTS의 대표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계기로 팬이 됐다. 현재는 춤을 배우며 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밀리양은 "한국에서 하는 콘서트 티켓은 구하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하는 콘서트 티켓은 구했다"며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등 4개 지역의 티켓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또 다른 풍경도 포착됐다. 외국인 관광객 중 일부는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등지고 서 있었다. 맞은편 전광판을 보기 위해서다. 휴대폰을 들고 대기 중이던 일본인 관광객 케이코 씨(48)는 "BTS가 나오는 넷플릭스 광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그의 설명대로 전광판에서 넷플릭스의 'BTS 컴백 라이브' 예고편을 볼 수 있었다.

아미(BTS 팬클럽)라고 밝힌 케이코 씨는 동생 코모코 씨(46)와 함께 서울에서 BTS 관련 장소를 직접 방문하는 이른바 '성지순례' 여행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BTS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며 "어제는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에 가서 굿즈를 여러 개 구입했고, 이전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인증샷도 찍었다"고 했다.
팬들의 반응은 단순한 호감 수준을 넘어섰다.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여행을 온 이바 씨(25·독일)는 BTS 멤버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BTS 멤버 중 슈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슈가의 노래를 듣고서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준 슈가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데프네 양(17·튀르키예)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데 BTS로부터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고 있다"며 "BTS 음악에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블랙 스완(Black Swan)'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전했다.

직접 들고 온 BTS 굿즈와 함께 사진을 남기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BTS 응원봉 키링을 한 손에 들고서 사진을 찍던 베네사 씨(27·페루)는 "여행용으로 가져온 작은 응원봉이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진짜 응원봉은 페루에 놓고 왔다"고 말했다. 베네사 씨의 동생 조애나 씨(20·페루)는 그간 모아온 BTS 굿즈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에게 BTS는 아이돌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베네사 씨는 "BTS의 노래와 춤도 좋지만,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석사 공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번아웃이 온 적이 있는데, 때마침 발매된 뷔의 솔로 앨범 '레이오버(Layover)'가 위로가 됐다"고 했다.
조애나 씨는 "BTS를 알게 된 건 내 인생에서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라며 "BTS 덕분에 언니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DNA'를 통해 BTS를 알게 된 그는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미로 활동하고 있다.

벌써부터 광화문 광장 일대가 'BTS 특수'를 예고한 만큼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김밥과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 발주를 10배 이상 늘렸다"며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도 많이 주문했다"고 했다. BTS 콘서트 당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는 최대 26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