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투지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선급금 반환 조건 등 이례적인 계약 구조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손잡았는데 기관 매도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지투지바이오는 전일 삼성에피스홀딩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및 에피스넥스랩과의 기술이전 계약 발표 이후 15% 급락 마감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9만424주, 59만6237주 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가 90만6582주를 매수했다. 이날 역시 약세를 보였다. 전 거래일 대비 6.69%(6700원) 하락한 9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통상적으로 전일 큰 폭의 하락 이후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추가 하락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주가 급락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노보노디스크와의 계약 기대감이 반영된 풍문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주 1회 제형을 월 1회 이상(최대 3개월) 장기지속형으로 전환 가능한 미립구체(Microsphere) 플랫폼 이노램프(InnoLAMP)를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장에서는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 ‘위고비’ 원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와의 계약 기대감이 풍문으로 돌았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약하며, 노보노디스크가 지투지바이오와 손을 잡고 1개월 이상 제형을 개발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삼성에피스홀딩스와의 세마글루타이드 1종 독점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노보노디스크와 기술이전은 사실상 불발된 것이라는 해석이 확산됐다.
공시에 따르면 지투지바이오는 세마글루타이드 비만치료제 1종을 포함한 신약 후보물질 2종에 대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측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이 ‘독점’이라는 조항이 기존에 거론되던 노보노디스크와의 협업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위고비의 성분명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해당 성분에 대해 독점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향후 노보노디스크와는 위고비의 장기지속형 제품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을 수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은 지투지바이오의 기술이 노보노디스크와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번 삼성과의 독점 계약으로 관련 가능성이 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시장이 기대했던 빅파마와의 직접 계약 대신 삼성과의 계약이 발표되면서, 단기적으로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일단락되자 기관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플랫폼 바이오기업인 알테오젠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로 바꿔주는 플랫폼 ALT-B4가 핵심 자산이다. 미국 머크(MSD)는 키트루다(펨롤리주맙) 성분에 대한 독점권 확보를 위해 알테오젠과 옵션 추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초 MSD는 알테오젠과 펨롤리주맙에 대해 비독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펨롤리주맙을 활용한 이중항체, 바이오시밀러 등 다양한 경쟁 빅파마들이 SC제형 개발을 위해 알테오젠에 접근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MSD는 마일스톤을 대폭 상향하는 조건으로 펨롤리주맙 성분에 대한 독점 계약으로 전환했다. 이 계약으로 인해 타 제약사들은 ALT-B4를 활용한 펨롤리주맙 바이오시밀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모달리티와의 병용 개발도 불가능해졌다.
지투지바이오는 주주 입장문을 통해 논란 진화에 나섰다. 지투지바이오 측은 “기존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빅파마들과의 기술이전 논의는 이번 세마글루타이드 독점 기술이전 계약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세마글루타이드 독점 계약임에도 세마글루타이드가 포함된 병용물질에 대해서는 향후 다른 기업과 기술이전 등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선급금·마일스톤 반환 조건 계약
두 번째 주가 급락의 배경은 계약의 질적 측면이다. 지투지바이오는 공시를 통해 “본 계약에 따른 선급금 및 단계별 마일스톤 등 계약금액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 일정 기간 내 조건에 따라 일부 반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바이오 업계의 기술이전은 ‘반환 가능한 선급금’ 옵션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을 포함한다. 또한 성과 달성에 따라 수령한 마일스톤을 반환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실제 역대 기술이전 이후 반환된 사례를 살펴보면 이미 수령한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반환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수령한 선급금과 마일스톤까지 반환 대상에 포함된 점을 두고, 일반적인 기술이전 계약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통상적인 계약 수준에 비춰볼 때 지투지바이오가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거나, 기술에 대한 신뢰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해석까지 제기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상세 계약 조건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공시에 나온 계약 구조만 놓고 보면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수령한 선급금과 마일스톤까지 반환 대상에 포함된 이례적인 조건은 결국 지투지바이오가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조항을 관철하지 못할 정도로 신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3월 17일 18시0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