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이 주력으로 알려졌던 LG전자가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종합 전자회사'로 변모했다. 생활가전·TV가 핵심 성장 동력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 전장·공조 등 기업간거래(B2B) 부문이 핵심 축으로 떠올랐고 실제 성장 동력 역할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최근 5년새 LG전자 매출 지형은 생활가전·미디어·전장·공조·부품 사업으로 다변화된 구도를 갖췄다. LG전자, 5년 새 생활가전·TV 영향력 '약화'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5년 새 생활가전·TV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전장 사업이 10조원대로 매출 규모가 커졌고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20조원대에 이를 만큼 덩치를 키우면서다.2021년만 해도 LG전자 매출 지형은 생활가전·TV가 핵심이었다. 당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 사업을 맡는 H&A사업본부 매출은 27조110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가운데 36.7%를 차지했다. TV·오디오·홈뷰티기기 등이 포함된 HE사업본부도 23.3%인 17조21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전장 사업을 맡는 VS사업본부 매출 비중은 9.1%(6조70005억원), 정보기술(IT) 기기·상업용 디스플레이·로봇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의 경우 7.4%(5조4767억원)에 그쳤다. LG이노텍 매출은 14조9500억원으로 20.2%를 차지해 전사 실적을 뒷받침했다.
LG전자 매출 지형 '전장·부품' 등 B2B로 재편
매출 지형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때는 이듬해인 2022년. 당시에도 H&A사업본부 매출 비중이 35.8%(29조8955억원)로 가장 컸지만 VS가 10.4%(8조6496억원)를 차지해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BS는 7.3%(6조903억원)로 전년과 유사했지만 매출이 6조원대에 진입했다. LG이노텍 비중도 23.5%(19조5922억원)로 확대됐다. 반면 TV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HE 매출 비중이 18.8%(15조7267억원)로 20%대가 붕괴된 데다 매출액도 감소했다. 생활가전이 대들보 역할을 유지했지만 TV가 휘청이고 전장과 부품 사업이 부상하면서 매출처가 다변화됐다. LG이노텍 매출 비중이 HE를 넘어선 시기가 이때다.
2023년 들어선 이 같은 흐름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H&A는 30조1395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과 동일한 35.8% 비중을 유지했다. 문제는 TV였는데 매출이 14조2328억원으로 쪼그라들면서 전체 매출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16.9%로 낮아졌다. BS도 이 기간 다소 부진한 매출(5조4120억원·6.4%)을 나타냈다.
하지만 VS와 LG이노텍이 이들 사업의 빈자리를 채웠다. VS는 매출 비중이 12%(10조1476억원)로 확대되면서 10조원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LG이노텍도 20조6053억원의 매출을 올려 20조원대 고지를 넘었고 매출액 비중도 24.5%로 확대했다. 생활가전이 LG전자 최대 사업인 구도는 그대로였지만 전장·부품 사업의 무게감이 한층 더 커졌다.

LG이노텍, TV 대신 성과 창출…공조 사업 영향력↑
2024년엔 생활가전·TV가 약진했고 전장·부품 등 B2B 부문이 영향력을 다지는 흐름을 나타냈다. H&A는 37.8%(22조2033억원), HE는 17.4%(15조2291억원)로 매출 비중을 키웠다. BS는 6.5%(5조6871억원)로 현상유지 수준을 보였다. 이 기간 VS는 10조6205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을 늘려 12.1%를 기록했다. LG이노텍은 24.2%(21조2008억원)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LG이노텍은 수년간 HE를 웃도는 매출처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조직 개편이 이뤄진 지난해엔 생활가전·미디어·전장·공조·부품 등 5개 매출처가 더 선명하게 두드러졌다. 생활가전은 HS사업본부, TV·모니터·PC·사이니지·오디오 등은 MS사업본부, 전장은 VS사업본부, 에어컨·냉난방공조(HVAC)는 ES사업본부로 재편됐다. 당초 H&A에 포함됐던 HVAC 사업이 ES로 편입되면서 매출 비중과 구조도 변화됐다.
조직 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LG전자 매출 지형의 추이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HS 매출은 26조1259억원으로 29.3%를 차지했다. MS는 21.8%(19조4263억원), VS는 12.5%(11조1357억원)로 나타났다. ES는 10.5%(9조3230억원)로 두 자릿수 영향력을 가진 사업본부로 첫걸음을 뗐다. LG이노텍은 24.5%(21조8966억원)로 영향력을 유지했다.
전장과 공조, 부품이 기존 주력 사업과 균형 있는 매출 구도를 유지하면서 매출처가 안정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장과 LG이노텍이다. LG전자가 생활가전·TV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B2B 사업 역량을 꾸준히 쌓은 성과로 읽힌다.
LG전자 '가전회사'서 '종합 전자회사'로 탈바꿈
LG전자는 여전히 막강한 생활가전 대표주자지만 더 이상 '가전회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생활가전 중심 회사에서 전장·공조·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전자회사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LG전자는 올해도 B2B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AHR 엑스포),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ISE) 등을 통해 자사 핵심 솔루션을 연이어 공개해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LG전자는 2030년 전체 매출 중 40%를 B2B 사업으로 채울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HVAC·전장·상업용 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한 B2B 매출은 24조1000억원으로 별도 기준 전체 매출액 중 35%를 넘어섰다. 지난해 B2B 양대 축인 VS와 ES 합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조2063억원으로 HS·MS 총합(5284억원)을 웃돌았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