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 첸은 바로크와 고전주의,낭만주의 등 여러 시대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08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 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실력을 일찍이 인정받았다. 1989년생 대만계 호주인인 그는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활용해 대중과 교류할 줄 아는 ‘21세기형’ 음악가이기도 하다. SNS 계정 팔로워 수는 누적 200만명을 넘길 정도. 그는 영상과 글을 올릴 뿐 아니라 연습 과정과 연주 팁, 아이디어 등을 대중과 공유한다.
코로나19 유행기에 레이 첸은 음악 연습 플랫폼인 ‘토닉’을 만들어 세계 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접속해 함께 연습하고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짜기도 했다. 개인적인 시간으로 여겨지던 연습 경험을 음악적 교류로 넓힌 사례다. 그는 닛폰음악재단의 지원을 받아 1714년 스트라디바리우스인 ‘돌핀’을 연주 악기로 쓰고 있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하이페츠가 썼던 명기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레이 첸이 그간 호흡을 맞춰온 미국의 피아니스트인 첼시 왕이 함께한다. 공연 1부에선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32번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간 대화를 풀어낸다. 이어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으로 북유럽의 서늘한 성정성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현한다. 공연 2부 곡으로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중 주요 발췌곡을 연주한다. 바이올린 본연의 울림으로 다성적 구조와 음악적 깊이를 구현해야 하는 작품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바이올린 기교를 한껏 선보일 수 있는 사라사테의 작품들로 채운다. 안달루시아의 깊은 애수를 담은 스페인 무곡 1번 플라예라와 비제의 오페라 선율을 재해석한 카르멘 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고전주의적인 균형미, 낭만주의적인 서정성을 고루 보여주는 프로그램 구성이다. 롯데문화재단은 “이번 공연은 레이첸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연주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