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를 전격 공개하며 엔비디아와의 동맹을 한층 강화했다. 단순한 메모리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첨단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역량을 앞세워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의 핵심 파트너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25년간 쌓아온 신뢰의 결과물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에서 10나노급 6새데(1c) D램 공정과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을 결합한 HBM4E와 코어 다이 웨이퍼를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HBM4E의 핵심은 삼성 파운드리의 4 공정을 베이스 다이 설계에 직접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핀당 16G기가비트(Gbps)의 속도와 초당 4.0TB의 압도적 대역폭을 구현했다. 회사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가 직접 로직 설계와 파운드리까지 수행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통해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모는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HCB) 기술도 선보였다. HCB는 칩과 칩을 범프(돌기) 없이 직접 접합하는 기술로 차세대 패키징의 핵심으로 꼽힌다. 칩 두께를 얇게 하고 칩 간 거리를 줄여 데이터 교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력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기존 방식보다 열 저항을 20% 이상 개선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열 관리 기준을 충족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긴밀한 협력 뒤에는 양사간 25년에 년에 걸친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10월 한국 방문 당시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며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 바 있다. 당시 젠슨 황 CEO는 지포스 GPU 한국 진출 25주년 기념 행사에서 1996년 고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직접 받은 종이 편지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당시 삼성 반도체의 GDDR을 사용해 ‘지포스 256’을 출시했다.
○'베라 루빈' 플랫폼 메모리 솔루션 전량 공급 가시화
이번 전시의 백미는 삼성전자 부스 전면에 배치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슈퍼칩 베라 루빈 플랫폼 실물이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CPU인 ‘베라’와 GPU인 ‘루빈’을 결합해 AI 추론 작업에서의 전력 효율과 비용을 극대화한 전략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사 중 유일하게 ▲루빈 GPU용 HBM4 ▲베라 CPU용 차세대 메모리(SOCAMM2) ▲초고성능 서버용 SSD(PM1763)가 모두 탑재된 플랫폼 실물을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AI 플랫폼에 필요한 메모리 토털 솔루션을 단독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을 넘어 엔비디아와 AI 인프라를 공동 설계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행사 둘째 날인 17일에는 송용호 삼성전자 AI센터장이 엔비디아의 특별 초청으로 발표 세션에 나선다. 송 센터장은 엔비디아 시스템의 성능을 뒷받침할 삼성의 메모리 로드맵과 차세대 ‘AI 팩토리’ 혁신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채연 기자/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