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은 16일 샌프란시스코 국립AI센터에서 미국 리플렉션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라 두 회사는 하반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 250㎿ 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103㎿)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위치와 건립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이 데이터센터를 유통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인프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AI를 통해 재고 관리·배송 효율을 개선하고 온라인몰에도 쇼핑 지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벌인다.
체결식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AI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미 정부는 딥시크 등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에 AI 인프라를 수출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AI 데이터센터는 이런 프로젝트의 첫 성과다.
미국의 ‘딥시크 대항마’로 평가받는 리플렉션AI는 알파고 개발자인 이오안니스 안토노글루, 구글 딥마인드 출신 미샤 라스킨이 2024년 세운 회사로, 폐쇄형 AI 모델을 개발 중인 빅테크와 달리 ‘서구권의 첨단 개방형 AI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등에서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처를 확보했다.
정 회장은 체결식에서 “데이터센터는 신세계 미래 성장 기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킨 CEO는 “신세계와 함께 한국이 주체적으로 진화시켜 나갈 수 있는 AI 인프라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AI 승부수 던진 신세계…데이터센터에 10조 이상 투자
아마존 클라우드 질주하자…신세계도 미래 먹거리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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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나선 것은 내수 중심의 전통적 유통업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 고속 성장하는 AI 산업에 올라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기업으로 출발해 AI 기업으로 거듭난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처럼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의지다. 미국 정부의 ‘AI 수출 프로그램’에 합류한 것은 AI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미국 정부’라는 강력한 우군으로 단숨에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구축
16일(현지시간)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AI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셔널 AI 센터’에서 AI 데이터센터인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MOU는 작년 7월 미국 정부의 ‘미국의 AI 기술 스택 수출 촉진’ 행정명령 이후 나온 첫 번째 수출 사례다.
신세계와 리플렉션AI가 설립할 데이터센터는 총 전력 용량이 250MW(메가와트)에 달한다. 네이버가 세종시에서 증축 중인 ‘각 세종’(총 270MW)과 비슷하고,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에서 건설 중인 ‘SK AI 데이터센터’(100MW)의 두 배 이상이다. 완공되면 신세계는 단숨에 국내 최대 수준의 AI 데이터센터를 보유한다.
업계에서는 250MW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면 10조원 이상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SK그룹이 SK AI 데이터센터에 투입하는 총투자비만 약 7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건립 부지와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며 “향후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후 세부 사항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이런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엔 좁은 내수 시장 성장의 한계가 있다. 신세계그룹은 1963년 설립된 이후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식품 등 전통적인 유통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유통 산업만으로는 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찍이 AI에 투자해온 해외 유통기업은 소비 위축 여파에도 고공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AI·클라우드 사업부서인 AWS는 작년 매출이 1287억달러(약 192조6639억원)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작년 아마존의 영업이익 800억달러 중 56%가량이 AWS에서 나왔다.
신세계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보안을 중시하는 단체를 주요 고객으로 삼을 계획이다. 신세계 유통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인프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도 우군으로 끌어들여
AI 산업을 수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와 정책적 혜택, 신산업 진출을 노리는 신세계그룹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미국의 AI 기술 스택 수출 촉진’ 행정명령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에 이르는 인프라를 동맹국에 수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이 AI 인프라 수출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중국 등 경쟁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리플렉션AI는 이 같은 전략에 부합하는 첨단 AI 연구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AI 공동창업자와 만나 협력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노글루 공동창업자는 알파고 프로젝트 당시 구글 자체 AI칩인 텐서프로세싱유닛(TPU) 등을 관리하며 하드웨어 관련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리플렉션AI의 AI 모델 및 인프라 관리 경험에 신세계그룹의 유통 경험을 더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배태웅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