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L당 1850원 안팎에 억눌려 있지만 에너지와 물류비용 상승은 서비스 요금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외식 제외)은 1년 전보다 3.9% 올랐다. 33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달 서울 목욕비가 1만1000원으로 오르는 등 세탁, 이발을 비롯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요금이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이 뛴 여파다.
먹거리 가격도 불안하다. 계란 특란 10개 평균 소비자가격은 지난주 기준 3893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0% 올랐다. 닭과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이어지며 공급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항공사들은 급등한 항공유 가격을 이유로 다음달부터 유류할증료를 대폭 인상해 국제선 운임을 올릴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방위 물가 상승 압력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구조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이미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고유가와 공급망 충격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에너지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물가까지 오르면 서민의 체감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단기적인 가격 억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와 에너지 구조 개선을 포함한 종합적인 물가 안정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