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562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는 차세대 통신 기술인 6세대 이동통신(6G) 연구에서 세계 선두 국가로 꼽힌다. 핀란드는 6G를 단순한 통신 기술이 아니라 로봇과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집중 투자하고 있다.안티 바사라 핀란드 외교부 기술특사(사진)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핀란드대사관에서 기자와 만나 “6G는 단순한 통신 기술이 아니라 로봇과 자동차같은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는 ‘신경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과 로봇 산업이 발전할수록 초저지연 네트워크와 엣지 컴퓨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6G, AI, 자율주행, 디지털 인프라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어 추진하는 전략을 택했다. 바사라 특사는 “작은 나라일수록 모든 기술을 다 잘할 수는 없다”며 “여러 기술이 만나는 ‘기술 교차점’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바사라 특사는 노키아 임원과 핀란드 국책 연구기관 VTT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딥테크 산업화 전문가다. 그는 “하드웨어 산업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장비·부품·응용까지 이어지는 ‘풀스택’ 역량을 확보해야 기술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는 이를 위해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규제기관이 신규 주파수를 조기에 개방해 기업이 실제 환경에서 네트워크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새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하기 위해 경쟁했고 이를 통해 통신 장비 기업이 초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핀란드가 6G 연구를 일찍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키아로 대표되는 통신산업 기반이 있다.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이후에도 네트워크 사업은 남아 있었고 핀란드는 이 기술 역량을 차세대 통신 연구로 이어갔다.
특히 핀란드 북부의 국립대학인 오울루대는 5G 상용화가 시작되던 시점부터 이미 6G 연구에 투자했다. 핀란드 정부와 학계, 기업은 이를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발전시킨 것이다. 바사라 특사는 “자원·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도 전략적 초점을 명확히 잡으면 특정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