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MD, TSMC 등 글로벌 기업의 사외이사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술 전문성’과 ‘네트워크’다. 사외이사를 단순히 주주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진을 감독·견제하는 ‘감시자’로만 보지 않고, 회사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로 보기 때문이다.삼성전자와 경쟁하는 TSMC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TSMC는 사외이사 7명 중 5명을 자일링스 등 자사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고객사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구성했다. 학계와의 협력을 위해선 세계적 명문인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총장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관료 출신은 한 명뿐이다.
세계적 가전업체 월풀 역시 사외이사진을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꾸린 것으로 평가된다. 새뮤얼 앨런 전 디어&컴퍼니 회장, 리처드 크레이머 전 굿이어 회장 등 제조업 운영 경험이 있는 이사 4명과 브랜드·유통 전문가 4명을 선임했고 나머지는 재무·자본시장 전문가와 IT 전문가로 채웠다.
필요에 따라 정부 및 군 등 공공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더라도 한국과 달리 인적 구성에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해외 기업의 특징이다.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존 아퀼리노 전 해군 대장, 조지프 던퍼드 주니어 전 미국 합참의장, 헤더 윌슨 전 미국 공군장관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동시에 킴벌리클라크 CEO 출신인 토머스 포크를 수석사외이사로 뒀고, 데이비드 버릿 전 US스틸 CEO, 존 도너번 AT&T 커뮤니케이션즈 CEO 등 기업인 출신이 6명으로 군 출신보다 두 배 많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직 군 최고 지휘관과 에너지·소재·인프라 대기업 CEO 출신의 조합”이라며 “국방 조달과 전장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규모 기업 운영 경험을 결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도 사외이사 구성에 ‘황금비’를 맞추고 있다. 도요타는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산업·금융 전문가다. 교수 사외이사도 있지만 주니치신문 기자 출신으로 도요타그룹을 출입한 경험이 있다. 브리지스톤도 산업 및 금융 전문가 4명, 변호사 2명, 경제학 교수 2명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중국 빅테크도 상황이 비슷하다. 바이두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의 닐 션 회장 등 투자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한다.
김채연/신정은/안정훈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