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세계적인 우주 전시회에 참가했다. 출국 전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에서 온 위성 기업입니다. 미팅을 제안합니다.” 답장은 거의 오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는 아직 ‘설명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큰일이다. 이대로는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전시회가 열리는 파리로 향하기 전 대책 회의를 하다가 말했다. “그럼 옷이라도 눈에 띄게 입어볼까요?” 몇몇은 손사래를 쳤다. 국제무대에 그런 옷을 입고 가기 민망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설득 끝에 우리는 형형색색 티셔츠를 입고 전시장에 섰다. 분홍, 초록, 빨강. 검은 정장 사이에서 유난히 튀었다. 민망함도 잠시, 효과는 분명했다. “Nice shirts!” 그 한마디가 대화를 열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무엇을 만드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기술을 설명하려면 먼저 존재를 인식시켜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는 홍보가 아니라 전략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이후 여러 차례 해외 전시회에서 부스를 열고, 자체 위성도 성공적으로 운용하며 점차 시장의 신뢰를 쌓아갔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오르자 질문은 달라졌다. “기술력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들과 해야 합니까?” 해상도, 전력 효율, 납기 계획 등 숫자로는 충분히 답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스펙은 기본값이다. 실질적인 선택의 기준은 그 위에 있었다. “당신은 단순 공급자인가, 아니면 함께 확장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
그들은 기술 외에 ‘플러스 알파’를 물었다. 어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지, 현지 고객 지원 체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우리와 그들의 사업모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이는 이제 단순히 제품의 일회성 구매를 체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5년, 10년 중장기 전략과 부합하는지 깊이 있는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우리는 설명 방식을 바꿨다. 제품을 넘어 전략적 협력 시나리오를 이야기했고, 가격을 넘어 파트너십 구조를 제안했다. 일회성 계약이 아니라 중장기적 공동 성장 모델을 설계했다. 그 전략 전환 끝에 최근 유럽에 수천만 달러 규모의 위성을 수출할 수 있었다. 성과는 기술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었다. 글로벌 시장의 질문을 이해하고, 그 질문에 맞는 언어로 답한 결과였다.
우주 산업에서 세계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기술은 기본이다. 그 위에 어떤 구조를 얹고 어떤 생태계를 연결할지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장은 문을 연다. 세계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본다. 세계적인 우주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전략과 소통 방식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그 언어를 체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