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 상위 10% 가구의 승용차 연료비 지출이 하위 10%의 8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규모가 클수록 혜택이 커지는 유류세 인하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정책이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역진성’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28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0분위(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운송기구 연료비 지출은 전년보다 2.3% 늘어난 19만9722원이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239만6664원이다. 운송기구 연료비는 자동차·오토바이 운행을 위해 지급하는 휘발유·경유·LPG 등의 연료비를 가리킨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1분위(하위 10%)의 월평균 연료비 지출은 16.0% 늘어난 2만4062원으로, 연간 지출은 288만744원에 그쳤다. 상위 10% 가구의 연료비 지출은 하위 10%의 8배를 넘었다. 2019년에는 격차가 10배 수준이었는데 격차가 갈수록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8배로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유류세 인하나 최고가격제 정책의 혜택이 소득이 높을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연료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역진성 논란을 키우는 고유가 대응 정책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다. 최고가격제는 지난 13일부터 시행돼 정유사는 보통휘발유를 ℓ당 1724원, 경유와 등유를 각각 L당 1713원, 1320원 이하로 판매해야 한다. 재정경제부가 현재 L당 7%인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의 역진성은 이미 여러 분석에서 확인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유류세를 L당 28% 인하할 경우 소득 상위 10%는 연평균 38만3000원의 혜택을 받는 반면 하위 10%는 1만5000원에 그쳤다. 총소득 대비 감세 혜택 비율 역시 상위 10%가 0.31%로 하위 10%(0.22%)보다 높았다.
이처럼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같은 재원을 쓰더라도 일률적 (유류세) 인하보다 (유류비의)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2년 발간한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정책'(Fiscal Policy for Mitigating the Social Impact of High Energy and Food Prices) 보고서를 통해 유류세와 최저가격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치솟는 국제 유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으려는 유류세 인하와 가격 보조 정책은 재정 부담이 크고 역진적 성격이 있다"며 "제품 가격의 움직임을 조정하려는 정책은 생산 유인을 꺾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제품 가격에 개입하는 데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면 수요 감소를 통해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IMF는 휘발유 가격의 수요 탄력성을 -0.29로 산출했다. 휘발유 가격 탄력성을 -0.29로 추정했는데, 이는 가격이 10% 오르면 소비가 약 2.9% 감소한다는 의미다.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천연가스와 디젤의 탄력성은 각각 -0.18, -0.15로 분석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