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일본 도요타그룹에 이어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2위에 올랐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판매량에서 현대차그룹을 앞섰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 처음으로 3위로 밀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의 추격 속에 유럽 자동차업계가 흔들린 사이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카 경쟁력과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덜 팔고 이익 더 남겨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매출 300조3954억원, 영업이익 20조54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은 89억유로(약 15조2000억원)에 그쳐 현대차그룹에 못 미쳤다. 글로벌 판매 순위 3위인 현대차그룹이 연간 영업이익에서 2위인 폭스바겐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그룹은 영업이익 4조3128억엔(약 40조2000억원)으로 선두를 지켰다.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에서도 현대차그룹은 6.8%를 기록하며 폭스바겐(2.8%)을 크게 웃돌았다. 도요타(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727만 대를 팔아 도요타그룹(1132만 대), 폭스바겐그룹(898만 대)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경쟁 업체보다 적은 대수의 차를 팔고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긴 것이다.
◇하이브리드카로 캐즘 버텨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 둔화)과 미국 관세에 대응하는 전략이 수익성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2~3년 이어진 캐즘 여파로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지난해 미국 관세 충격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9억유로로 전년보다 53.5% 급감했다. 배출가스 수치 조작 파문이 일었던 2016년 ‘디젤 게이트’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반면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갖추고 하이브리드카로 캐즘을 버텨낸 도요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2024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관세를 감안해 미국에서 가격을 인상한 경쟁사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강화했다. 작년 미국에서 역대 최대인 183만6172대를 판매한 비결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높이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량이 413만 대 수준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매출은 186조254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럽 자동차의 눈물
일각에선 폭스바겐그룹만의 부진이 아니라 유럽 자동차 메이커의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8억2000만유로(약 9조9200억원)로 전년 대비 57.2% 급감했다. 스웨덴 볼보의 영업이익은 2024년 223억크로나에서 지난해 3억크로나로 99% 감소했다. 비야디(BYD), 샤오미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가성비를 앞세워 유럽 내수 시장을 휩쓴 영향이다.완성차 업체들의 부진은 독일 자동차 공급망 전반의 충격으로 확산하고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2030년까지 1만3000명 감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쉬는 독일 바이블링겐에 있는 부품 공장을 70년 만에 폐쇄했다. 콘티넨탈·발레오· 포르비아 등 주요 부품사도 수천 명의 감원 계획을 내놨다. 유럽자동차부품협회(CLEP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2025년 기준 5만 명에 달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