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연결 기준 1조3171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5803억원을 시설투자에 썼던 전년과 비교해 약 2배 늘어난 규모다.
네이버는 작년 실적발표 당시 GPU 등 시설투자액만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투자가 집중된 곳도 서버와 비품이었다. 서버·비품 등에 대한 시설투자액은 2024년 4823억원에서 지난해 1조1595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토지·건물 등은 717억원에서 730억원으로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무형자산은 846억원으로 전년(263억원)보다 크게 늘었지만 규모 면에선 서버·비품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네이버 시설투자가 사실상 서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춘천·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업무공간 추가 확보 등을 위한 토지·건물과 서버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투자 초점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서버 확충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향후 피지컬 AI 공략 등 신규 사업을 강화할 경우 GPU에만 1조원 규모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팀네이버가 엔비디아 차세대 GPU B200(블랙웰) 4000장을 활용해 국내 최대 규모 AI 컴퓨팅 클러스터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 AI 기술의 서비스·산업 적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당시 "이번 AI 인프라 구축은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기반과 AI 자립·주권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을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팀네이버는 빠른 학습과 반복 실험이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업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냈다. 신규 설립·인수 등을 통해 연결 대상 종속회사 14곳(신규 설립 7곳·신규 취득 7곳)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95곳으로 늘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간편결제 자회사 크림페이를 지난해 1월 설립했다. 중동 사업 교두보 역할을 맡는 네이버 아라비아 지역본부도 같은 달 신규 설립됐다. 미국 스타트업 투자사 '네이버 벤처스 펀드'와 벤처투자 운용사 '네이버 벤처스 매니지먼트'가 같은 해 5월 간판을 달았다.
네이버의 확장 전략은 신규 취득 회사들 면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네이버가 신규 취득한 플레이스앤(옛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은 외식업 디지털 전환 솔루션 기업이다. 도도포인트·나우웨이팅·야오더 등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용 통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을 인수해 외식업계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네이버는 플레이스앤 일본 법인인 플레이스앤재팬을 앞세워 현지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부동산·금융 분야에서도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은 지난해 5월 네이버 신규 취득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국내 최대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비상장을 인수해 금융 사업 외연을 확장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선 클라우드 EMR '오름차트'와 환자용 건강관리 앱 '클레'를 운영하는 세나클을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스페인 최대 개인간거래(C2C) 업체 왈라팝을 인수해 유럽 내 사업 전개 거점을 확보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종속회사 수가 늘어난 것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네이버의 기존 사업과 연관이 있는 인접 산업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가깝다"며 "커머스, 핀테크, 헬스케어, 해외 거점을 각각 따로 키우는 게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연결 가능한 자산들로 묶는 흐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