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한국 증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워블링(wobbling)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변동성이 심한 장세 이후 덤핑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한다는 하이먼 민스크 이론을 토대로 마이클 버리는 한국 증시의 종말론까지 제기했다.전쟁 이후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심해진 것은 내부 요인보다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주요인이다. 모멘텀과 변동성을 중시하는 상품투자자문사(CTA)의 전략상품은 한국 증시처럼 변동성이 커지면 기계적으로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감마 포지션을 구축한 옵션 딜러가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사고 내릴 때는 더 파는 것도 변동성이 커진 요인이다.
특정국 증시가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얼마나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가는 추격 오차 궤적(TET·tracking error track)으로 판단한다. 펀드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로 잘 알려진 추격 오차는 벤치마크와의 이격도를 말한다. 추격 오차가 낮으면 좋은 펀드, 높으면 나쁜 펀드로 분류한다.
TET는 동태 방정식의 일환으로 특정 사건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추격 오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다. TET가 높은 추격 오차에서 낮은 추격 오차로 변할 때는 복원력이 강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복원력이 상실된 것을 의미한다. TET로 본 한국 증시의 복원력은 강해 전쟁 직후 4900대로 급락했던 코스피지수가 5500 내외로 회복됐다.

글로벌 증시 중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증시부터 전쟁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다. 전쟁 발생 이후 지금까지 S&P500지수 하락폭은 3.5%에 불과하다. 유가불확실성지수(OPU)와 생산성지수(PI) 간 상관계수를 보면 미국은 -0.2에 불과해 주요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게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증시의 버팀목인 반도체 분야 비중이 높은 것도 복원력이 강한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나 2027년까지로 예상되던 슈퍼사이클이 이 이후로 연장돼 빅 사이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늘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 거시경제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은 미국보다 낮아진 지 오래됐다. 경상수지 흑자도 지난해 12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132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도 미국 경제는 지난해 3%에서 2%로 낮아지지만 우리는 1%에서 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지수 5000 목표를 제시할 때만 해도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곧바로 실행에 들어가 불과 7개월 만에 이 목표를 이행하자 시장에선 앞으로 어떤 증시 정책이 나올지 기대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초점을 맞춘 1차 증시 부양 정책에 이어 코스닥과 비상장 시장을 대상으로 한 2차 증시 부양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6월 MSCI지수 선진국 예비 명단에 올라 내년 6월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은 60조원 정도 추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증시의 복원력이 강한 만큼 버리의 종말론과 같은 극단적인 비관론이 실현될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