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더 라이프이스트-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K팝, 조용필에서 BTS까지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더 라이프이스트-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K팝, 조용필에서 BTS까지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h3 data-path-to-node="0">평생 시장 바닥에서 사람들의 발에 신발을 신겨온 장사꾼의 눈으로 음악 시장을 들여다보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수출 개척사’이자 완벽한 비즈니스 진화의 교과서다. 조용필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의 제왕에서 시작해,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글로벌 하이터치(High-Touch) 브랜드로 진화하기까지. 이 50년의 흐름은 우리가 어떻게 이질적인 것을 섞고(Mix), 세계인의 마음을 고쳐냈는지(Fix)를 보여주는 가장 치열한 생존의 기록이다.</h3><h3 data-path-to-node="3">1. 조용필: 완벽한 믹스(Mix)를 이뤄낸 내수 시장의 절대 강자</h3>1980년대, ‘가왕’ 조용필의 등장은 한국 음악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장사꾼의 시각에서 그는 세상에 없던 완벽한 융합 상품을 만들어낸 최초의 믹스(Mix) 천재였다. 구성진 트로트 가락에 서양의 록(Rock)을 섞고, 민요와 팝을 자유자재로 비벼내며 전 세대의 지갑과 마음을 동시에 열었다.

    하지만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고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최고의 수제화라 할지라도, 당시의 시대적 한계와 언어 장벽 때문에 그의 음악은 철저하게 내수 시장에 머물러야 했다. 동네에서 제일가는 맛집이었지만, 밖으로 나가 전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기에는 아직 유통망도, 글로벌 마케팅의 배짱도 부족했던 시절이었다.<h3 data-path-to-node="6">2.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보아: 수출 규격화와 철저한 현지화</h3>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낡은 공장을 부수고 최첨단 설비를 들여온 혁명이었다. 흑인들의 전유물이던 랩과 힙합을 한국어의 운율에 기막히게 섞어내며(Mix) 10대라는 거대한 신규 소비층을 창출했다.


    그리고 2000년대, 마침내 K-팝은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보아(BoA)의 일본 진출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정석을 보여준다. 그들은 물건만 달랑 수출한 것이 아니라, 아예 철저한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을 썼다. 일본어 네이티브 수준의 언어 구사력, 현지 시스템에 맞춘 트레이닝. 이것은 마치 우리 신발을 낯선 일본인의 발 모양과 걸음걸이에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깎고 맞춰서 수출한 것과 같다. 이 시기를 거치며 한국의 기획사들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공정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게 되었다.<h3 data-path-to-node="9">3. 아이돌 군단의 아시아 정복: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시각적 쾌감</h3>2010년대를 전후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엑소 등 거대한 아이돌 군단이 쏟아져 나왔다. 이 시기의 K-팝은 고도로 훈련된 칼군무와 화려한 뮤직비디오를 앞세워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유튜브라는 글로벌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한국의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귀로 듣고 눈으로 즐기는 완벽한 시청각 상품으로 진화했다.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한 것도 이 무렵이다. 철저한 기획력과 막강한 자본, 그리고 독보적인 퍼포먼스가 섞이면서 K-팝은 아시아 시장을 평정하고 서구권 시장의 굳게 닫힌 문을 사정없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K-팝은 퀄리티 좋은 오락거리이자, 신기하고 매력적인 아시아의 쿨한 공산품에 가까웠다.<h3 data-path-to-node="12">4. BTS (방탄소년단): 마음을 고치는(Fix) 궁극의 하이터치 비즈니스</h3>
    그리고 마침내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하며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의 K-팝이 완벽하게 세팅된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에 집중했다면, 방탄소년단은 음악이라는 상품에 ‘공감’과 ‘치유’라는 강력한 철학을 담았다.


    그들은 획일화된 군무를 넘어, 10대와 20대가 겪는 방황,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자기 혐오라는 전 세계 청춘들의 뼈아픈 공통분모를 노래했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 이 묵직한 메시지는 단순한 가사가 아니라, 벼랑 끝에 선 글로벌 젊은이들의 무너진 마음을 어루만지고 고쳐주는(Fix) 가장 강력한 백신이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쌓아 올린 끈끈한 연대감은, 전 세계 아미(ARMY)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기꺼이 운명을 함께하는 거대한 가족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발을 옥죄던 구두를 벗기고 몸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편안한 신발처럼, 쿨한 세상에 지친 인류에게 한국 특유의 끈끈한 온기를 제공한 완벽한 하이터치(High-Touch) 비즈니스의 승리다. 조용필이 좁은 골목길에서 우리네 삶의 애환을 달래던 장인이었다면, BTS는 가장 세련된 팝의 문법 속에 한국인의 따뜻한 정(情)을 섞어 넣어 전 세계 80억 인류의 심장을 고치고 치유하는 글로벌 힐러(Healer)가 된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