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라는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 앞에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긍정적이다. 이란전쟁의 장기화 전망 속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에 빠뜨릴 것이라는 위기감도 여전하다. 적절한 추경 편성을 통한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재정법이 정한 요건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착한 추경’안을 짜겠다고 했다. 국채·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애초 10조원 수준으로 예상된 추경 규모가 며칠 새 ‘최대 20조원’으로 불어났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는 지난해 5월 이런 경험을 했다. 산불 피해 지원으로 소박하게 출발한 추경 논의에 지역 소멸 대책 명분이 더해지며 14조원으로 늘었다. 2022년 5월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인 62조원이 풀린 적도 있다.
추경의 재원이 될 초과 세수 전망은 유동적이다. 섣부른 낙관론에 기대어 20조원이 넘는 판을 짰다가 실제 세수가 받쳐주지 못하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올해 727조9000억원에 달하는 ‘초슈퍼예산’을 짜둔 상태다. 전년보다 8.1% 늘어난 금액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고유가에 대응하고 있는 정부가 서둘러 추경에 나서는 것은 ‘정책 중복’이라는 지적도 있다.
추경은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핀셋 지원’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국책 연구기관들도 추경이 누수 없이 취약한 부문에 제대로 도달해야 거시경제 및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얼마나 짜임새 있게’에 추경의 성패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