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사고 발생 전에 자신이 속한 농업회사법인 대표, 식당 직원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당시 비가 내리면서 식당에 누수가 발생했고 이후 A씨가 약 2층 높이 천장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천장 캐노피 작업을 하던 도중 철근과 판넬 틈 사이로 몸이 빠져 1층 바닥에 추락한 상태였다. A씨는 당시 안전고리 없이 샌드위치 판넬을 설치하다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가 고공 작업을 할 경우 추락 방지를 위해 안전고리를 설치하거나 추락방지대를 수직 구명줄에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A씨 사망은 사업주의 지시 아래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발생한 사고 내지는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라며 "사망 원인이 된 사고는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농장 옆 식당 고치던 70대 사망…업무상 사고 '논란'
하지만 A씨가 사망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16일 현재까지 어떠한 결론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중대재해 수사 결과도, 산재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 결과도 감감무소식이다. 안양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도 "일반적인 상황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A씨 사고를 둘러싼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A씨가 '업무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다. 회사 측 지시에 따라 식당 천장을 수리한 만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게 유족 주장이다. 유족 측은 A씨가 평소 식당 시설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식당 관계자는 A씨가 식당 직원이 아니라며 "(사고 관련해선) 스마트팜(농장) 쪽으로 문의를 해달라. 그날 현장에 있었는데 왜 거기 올라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가 와서 밑으로 물이 떨어지니까 그걸 막아주려 올라간 것 같은데 사실상 식당과는 상관 없는 분"이라며 "(A씨는) 스마트팜에서 고용했고 저희와는 노무관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농장과 별도 법인…다이어리엔 식당 '시설 관리' 명시
실제 사고가 난 식당과 농장은 별개 법인이다. 하지만 유족 측이 보유한 A씨 다이어리를 보면 식당 시설 관리와 관련된 업무 내용이 적혀 있다. 다이어리엔 '벽 밑 쌓기 및 바르기'와 같은 문구가 나온다.유족 측을 대리하는 강태선 노무법인 이에스컨설팅 노무사는 "(사고 당일) 낮 12시부터 A씨와 농장 대표자 2명, 식당 직원 1명이 같이 점심식사를 했고 지붕에서 물이 새는 것을 그때 같이 목격했다"며 "이후 점심식사를 하고 식당을 바로 수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업무가 아니라) 개인 일탈로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유족 측은 A씨가 평소 농장 측 지시에 따라 식당 시설 관리 업무를 수행했던 만큼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장과 식당이 관계사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양측이 동업 관계로 사실상 같은 사업장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유족 측이 제시한 증거는 언론 보도다. 이 식당의 개업 소식을 다룬 기사를 보면 "장기간 방치됐던 부지를 활용해 스마트팜과 로컬푸드를 결합한 새로운 외식 공간"이라며 "이곳(식당)에선 자체 스마트팜을 통해 식재료를 재배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농장 대표는 배우 이재룡…"실질적 사업주 따져야"
A씨 사건을 맡는 근로감독관은 "일반적 상황이 아니라 조사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실질적 사업주가 누구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서류상 사업주보다는 실질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해 총괄 관리하는 권한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속한 농장의 법인 대표는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배우 이재룡이다. 앞서 A씨와 점심식사를 함께한 대표자 2명은 직원들 사이에서 '대표'라고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노무법인 측은 이재룡을 명의상 대표자, 다른 2명을 '실질적 대표자'로 보고 있다. 이재룡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가 있는지,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는지 여부 등은 수사를 거쳐 밝혀질 전망이다.
배동희 노무법인 하이랩 대표노무사는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기존에도 식당 시설 관리 업무를 한 적이 있었다면 근로자가 자의적으로 (작업을) 하진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이어리 내용상) 근로자가 업무의 일환으로 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상황이고, 근로자가 자의적으로 했다는 반증은 사용자 측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재 판단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핵심은 식당 시설 관리가 A씨 업무였는지, 시설 관리에 천장 누수 보수가 포함되는지, 점심식사 자리에서 대표자의 업무 지시가 있었거나 통상 업무에 따른 회사 측의 묵시적 승인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달렸다.
한 산재 전문 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천장 수리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 내용으로 추단될 수 있어야 산재가 인정될 수 있다"며 "그간 농장 일과 식당 시설 관리 일을 병행해 왔다면 (사업주) 지시가 없었더라도 천장 보수를 자신의 일로 인식했을 수 있고, 이 경우엔 사업주의 묵시적 승인에 따라 일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