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달러 위협하는 이란
그러면 이번 전쟁의 진짜 원인을 경제지리학으로 찾아볼까요? 핵심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리적 공간입니다. 폭이 33km에 불과한 이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쿠웨이트의 석유가 세계로 나가는 유일한 바닷길입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와 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합니다. 경제지리학은 이런 곳을 조임목(또는 병목, chokepoint)이라고 부릅니다. 전략적 요충지라는 뜻입니다. 이란이 이런 땅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란에 엄청난 지경학적 권력을 부여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무기화를 통해 전 세계 에너지 가격에 직접적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지리적 레버리지’를 가진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란을 방치하기 어렵습니다.다음으로 중동에선 왜 전쟁이 끊이지 않을까요? 경제지리학자 마이클 와츠의 ‘석유 지대 또는 석유 국가(Petro-state)’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석유는 땅 밑에 그냥 있는 것이고, 누군가 그 위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는 막대한 부를 얻습니다. 이 부는 생산이 아닌 위치에서 나옵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석유 매장국입니다. 이것이 이란을 지속적으로 국제정치의 표적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가 핵 개발을 추진하면 협상으로 끝납니다. 이란이 같은 일을 하면 전쟁이 됩니다. 자원 민족주의와 에너지 패권으로 이런 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요.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는 중동 내 경제적 영향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입니다.
경제지리학은 물리적 공간만 다루지 않습니다. ‘금융의 지리’도 분석합니다. 세계 석유 거래는 거의 모두 달러(페트로달러)로 결제됩니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를 팔아 달러를 얻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사들입니다. 그런데 이란은 유로화나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며 이 시스템에서 이탈하려 했습니다. 이는 미국 금융 패권의 지리적 기반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이번 전쟁이 단순한 석유자원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통화 패권을 지키는 목적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에너지 위기, 공급망 재편 가속
미-이란 전쟁이 어떻게 결론 나든 새로운 지리적 블록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지리적 블록이란 예를 들어 공급망 같은 겁니다.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거죠. 첫 번째 이유는 아시아의 취약성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국가 안보 차원의 에너지 위기를 맞았습니다. 두 번째는 내륙 국가들의 고립입니다. 중앙아시아의 내륙국들은 이란 항구를 통해 인도양으로 나가던 무역로가 막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다시 러시아나 튀르키예의 통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세 번째는 러시아의 반사이익 가능성입니다. 중동 원유 수송 항로가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또는 대체 가능한 육로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러시아가 경제지리적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네 번째는 에너지 지도의 재편입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은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할 겁니다. 이는 북미의 셰일가스나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석유로 에너지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의 지리적 전이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한 유가 문제를 넘어 비료 생산비와 제조 원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식량안보와 물가 전반에 충격을 확산시킵니다. 경제지리학으로 풀어보는 미-이란 전쟁은 이처럼 넓은 세계사 이해의 안목을 제공합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페트로 스테이트, 페트로달러의 개념에 관해 공부해보자.2. 경제지리학의 ‘초크포인트’란?
3. 최근 국제적 분쟁 사례를 경제지리학 관점에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