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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칼럼] '컴송'한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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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칼럼] '컴송'한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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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가 대학 졸업반이 됐다. 이제 1년만 더 지원해 주면 얼추 부모 역할은 다한 셈이다. 홀가분한 마음 반, 졸업 후 제대로 취업해 자기 밥벌이는 할까 걱정스러운 마음 반이다. 딸아이는 하필 요즘 ‘컴송’하다는 컴퓨터공학이 전공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일자리 대체 폭풍을 맨 앞에서 맞고 있는 과(科)다. 미국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의 실업률이 예술사 전공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는 외신 보도에 이어 국내 대학 컴퓨터공학과 취업률도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는 소식이다. 앤스로픽이 최근 공개한 ‘노동시장에 관한 AI의 영향’ 보고서 역시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꼽았다. 진로 고민이 많은지 아이의 얼굴이 부쩍 어두워졌다.

    ‘문송’했던 아빠에 이어 딸아이는 ‘컴송’이라니, 왜 대물림처럼 누군가에게 ‘죄송’해야 하는지 화가 나기도 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 과정에서 문과생의 비애를 느껴봤기에, 아이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다고 했을 때 내심 안도한 것도 사실이다. 정보기술(IT) 개발자 모셔가기 경쟁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던 시절에 입학해 이렇게 AI발(發) 취업 한파가 몰아칠 때 졸업하게 될 줄 당사자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문제는 문송, 컴송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가뜩이나 좁은 취업 관문을 아예 무너뜨릴 기세다. 문·이과를 가리지도 않는다. 사실상 ‘졸송’(졸업해서 죄송)한 시대다. 엔지니어인 지인은 AI를 활용하니 혼자서도 낮은 연차 후배 여러 명과 일할 때만큼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일일이 가르쳐 가며 일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고 한다. 삼성처럼 70년째 공채를 유지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고비용·저효율의 신입 대신 경력직을 뽑으려는 이유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자 취업률은 62.9%.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대로라면 이 수치가 해마다 뚝뚝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소집해 채용을 늘려달라고 요청한다고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심각한 건 우리 기업들이 신입을 뽑아 쓸 만한 인재로 성장시키기까지의 ‘비효율’을 감내할 여유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경직적인 노동시장인데 기업의 비용을 더 늘리고 채용을 주저하게 만들 노란봉투법 같은 법안이 속속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들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은 미뤄둔 정년 연장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정부 역시 며칠 전 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일본처럼 퇴직 후 재고용 등 형식은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경제계의 호소지만 지금까지의 여권 행보를 보면 ‘법정 정년 65세’를 요구하는 노동계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선점한 이들이 최대 수혜자다. 바늘구멍이라도 통과하려는 청년에게는 AI 못지않은 초대형 악재인데 정치권도 노동계도 이들의 비명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내년 졸업 예정인 일본 대학생들의 입사 확정 내정률은 지난달 기준 47%로 역대 최고다. ‘입도선매’ 대상으로 3학년까지 노릴 정도다. 일본이라고 AI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직은 기업을 골라서 가는 취업자 우위 고용시장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해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격차다. 대학 진학률이나 기업 여건이 다르니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거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일본 청년이 웃을 때, 한국 청년은 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성세대의 몫이다. 당장 정부와 정치권부터 이들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건 아닌지, 청년을 궁지로 내모는 정책만 펴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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