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신주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주식교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시 상승기를 맞아 자본시장의 기업 자금 조달 기능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SKC는 1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종속회사인 유리기판 투자사 앱솔릭스의 제품 개발과 차입금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루닛도 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과거 발행한 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등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밖에 캠시스(277억원), 한국첨단소재(260억원), 레이저옵텍(118억원), 에이텀(112억원) 등이 유상증자에 나섰다.연초 유상증자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주가가 높은 시기에 신주를 발행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 희석으로도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상승세를 바탕으로 투자자 호응도 끌어낼 수 있다. 유상증자 공시 직전 SKC의 주가는 11만2400원으로 작년 마지막 거래일(10만4400원)보다 7.66% 상승했다. 루닛의 유상증자 공시 직전 주가 역시 연초 이후 19.34% 오른 4만9050원에 달했다.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주’들도 주식 발행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해 5월 상장한 로킷헬스케어는 62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같은 시기 상장한 바이오 기업 이뮨온시아는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통상 신규 상장 기업은 공모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 직후 유상증자나 CB 발행을 자제한다. 추가 발행이 이뤄지면 공모주 투자자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다. 로킷헬스케어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직전 거래일 6만8400원으로 공모가(1만1000원)의 여섯 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뮨온시아 주가도 공시 직전 거래일 9700원으로 공모가(3600원)보다 169.44% 상승했다.
주식교환사채 투자자의 차익 실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주식으로 전환된 전환사채, 교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은 1조5102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아직 1분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 분기별 전환 금액을 넘어섰다. 지난해 메자닌 주식 전환 규모는 1분기 3791억원, 2분기 1조4909억원, 3분기 1조968억원, 4분기 1조4677억원이었다. 지난해 초와 비교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투자자가 채권으로 보유하기보다 주식 전환을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한종/최석철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