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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 비결은 프렌드십…나는 과거와 미래 잇는, 향기의 헤리티지 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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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 비결은 프렌드십…나는 과거와 미래 잇는, 향기의 헤리티지 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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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 강변의 생제르맹 34번지. 이곳은 파리지앵이 가장 사랑하는 향의 요람이다. 65년 전 무대 예술가와 실내 건축가 그리고 화가라는 서로 다른 결의 예술가 세 명이 모여 매장을 내고 파리의 영혼을 병에 담기 시작했다. 수려한 미사여구도, 화려한 광고도 없었다.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파리지앵을 매료한 건 오로지 ‘향’ 하나였다.

    딥티크의 유산은 그렇게 시작됐다. 고대 로마 서사시를 담은 듯한 타원형 문양이 그려진 병은 곧 전 세계에서 니치 향수의 대명사가 됐다. 2017년 서울에 상륙한 딥티크는 어느덧 한국의 일상에도 깊숙이 스며들었다. 2024년부터 이 거대한 향의 제국을 이끌고 있는 로랑스 세미숑 대표이사(CEO)를 최근 가로수길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만났다.


    매장 안에 내려앉은 은은한 잔향 속에서 그에게 “오늘은 어떤 향수를 뿌렸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 “아무것도요. 하루에도 수많은 향을 세밀하게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순수한 상태로 있어야 하거든요.”
    딥티크의 오랜 친구들
    ▷2년간 딥티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향은 무엇인가요.

    “‘플레르 드 뽀’를 가장 좋아합니다. ‘피부에 핀 꽃’이라는 의미처럼 자연스러운 살결 냄새가 매력적인 향이죠. 남성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은 중성적인 향이라 더욱 좋아합니다.”


    ▷딥티크 향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다른 브랜드는 특정 조향사와 독점 계약을 맺거나 여러 조향사가 만든 샘플을 경쟁을 붙여서 만듭니다. 하지만 딥티크는 수십 년간 같이 협업해온 다섯 명의 조향사가 있습니다. 그중엔 창립 초창기부터 함께한 사람도 있죠. ‘로파피에’를 만들 때 종이 위에 잉크가 배어든 듯한 미묘한 향을 구현하고 싶었는데, 딥티크와 20년 가까이 협업한 파브리스 펠그랭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조향사라고 생각해 그에게 맡겼습니다.”



    ▷그들이야말로 딥티크의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하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딥티크에 고용되지 않았을 뿐 딥티크를 가장 잘 아는 오래된 친구입니다. 전속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현할 수 있죠. 또 그들은 경쟁 구도에 놓이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 확신이 없는 향을 내놓는 일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조향사의 창의성과 자유에 전적으로 맡기는 거죠.”
    오르페옹, 과거의 유산을 잇다
    ▷이번에 뉴 오르페옹 컬렉션 4종이 새롭게 나왔습니다.


    “뉴 오르페옹 컬렉션은 기존 오르페옹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기존엔 우디한 느낌의 ‘밤의 향수’였다면 새로운 버전은 프레시한 ‘낮의 향수’죠. 원래 오르페옹은 플레르 드 뽀를 만든 전설적인 조향사 올리비에 페쇠가 2021년 딥티크 창립 60주년을 맞아 탄생시킨 향입니다. 오르페옹은 창립자 세 명이 자주 가던 매장 옆 술집 이름이었죠. 페쇠가 건강이 악화하면서 더 이상 작업을 못 하게 되자 그가 가족처럼 여기는 나탈리 세토가 뒤를 이어 오르페옹을 새롭게 탄생시켰습니다. 이 향수 한 병에 창립자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세대를 거쳐 전해진 조향사들의 정신적 유산과 감수성까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 부분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 같습니다.


    “딥티크는 처음부터 다양성에 기반을 둔 브랜드입니다. 샤넬, 생로랑은 한 명의 창립자가 가진 강력한 정체성이 있지만 딥티크는 세 명이 공동으로 브랜드를 설립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에 언제나 열려 있고, 여러 사람이 딥티크라는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그니처인 타원형 문양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고대인지, 중세인지 특정하기 모호한 딥티크 문양은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떨 땐 담당 부서가 조향사와 전문 그림작가에게 향수 콘셉트를 동시에 전달해 만들고, 어떨 땐 그림작가가 향에서 영감을 받아 그립니다. 타이밍이 각기 다를 순 있어도 이렇게 다양한 연결고리 안에서 딥티크 향수가 탄생하는 거죠.”
    “딥티크의 유산 전달하고 싶어”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한국 시장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향수와 관련한 지식을 굉장히 빠르게 습득하고, 대담한 취향을 지닌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 팀이 가로수길과 성수동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를 열 때 굉장히 공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 경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지닌 매장이죠. 본사 팀이 긍정적인 긴장과 압박을 느낄 정도로요.”

    ▷이곳 매장에 숨겨진 디테일이 있다면요.

    “세탁기요. 가로수길 매장을 지을 때 실제 파리의 집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욕조와 세탁기처럼 일상적인 물건을 배치했죠. 동시에 딥티크가 현지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매장 곳곳에 한국 예술가가 제작한 화병과 도자기, 병풍을 배치한 이유죠. 벽면에는 프랑스 예술가가 제작한 비디오 아트가 재생되고 있어 매장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융합’이라고 볼 수 있죠.”

    ▷딥티크를 이끄는 총책임자로서 목표가 있습니까.

    “저는 제가 ‘CHO’라고 생각합니다. 최고헤리티지책임자(chief heritage officer)라는 뜻이죠. 1961년 브랜드가 탄생한 후 40여 년간 사랑받았는데, 이런 유산을 3세대, 4세대에 잘 넘겨줄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딥티크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질적으로, 양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죠.”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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