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에 작년은 생존을 건 시간이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폭탄’으로 7조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떠안으면서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일본 도요타그룹에 이어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2위에 올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의 추격 속에 유럽 자동차업계가 흔들린 사이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카 경쟁력과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덜 팔고 이익 더 남겨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매출 300조3954억원, 영업이익 20조54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은 89억유로(약 15조2000억원)에 그쳐 현대차그룹에 밀렸다. 글로벌 판매 순위 3위인 현대차그룹이 연간 영업이익에서 2위인 폭스바겐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그룹은 영업이익 4조3128억엔(약 40조2000억원)으로 선두를 지켰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에서도 현대차그룹은 6.8%를 기록하며 폭스바겐(2.8%)을 크게 앞섰다. 도요타(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727만 대를 팔아 도요타그룹(1132만 대), 폭스바겐그룹(898만 대)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경쟁 업체보다 적은 대수의 차를 팔고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긴 셈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 둔화)과 미국 관세에 대응하는 전략이 수익성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동화 전략을 고수한 폭스바겐그룹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글로벌 판매량은 898만4000대로 전년보다 0.5% 감소하는 데 그쳐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89억유로로 전년보다 53.5% 급감했다. 다른 유럽 메이커도 중국 전기차 공세와 미국 관세 등에 큰 타격을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 감소했고, 볼보도 99% 급감했다.
◇하이브리드카 신차로 대응
현대차그룹은 관세 여파에도 차별화된 제품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관세를 감안해 미국에서 가격을 인상한 경쟁사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강화했다. 작년 미국에서 역대 최대인 183만6172대를 판매한 비결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높이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량이 413만 대 수준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매출은 186조254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현대차그룹은 올해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공격적인 신차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연간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사상 처음 3위(684만 대)에 오른 뒤 ‘글로벌 톱3’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과의 격차는 2023년 193만 대에서 2024년 179만 대, 지난해 171만 대로 좁혀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3.2% 늘어난 총 750만8300대로 설정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준중형 세단 아반떼 완전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3분기 투싼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고, 제네시스는 GV80와 G80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제네시스의 첫 대형 전기 SUV인 GV90도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필두로 EV2, 셀토스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