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접하며 자란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그러나 유튜브나 숏폼 영상과 같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읽기 습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긴 글을 차분히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깊이 있는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교육 현장에서 ‘문해력 위기’라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습량이 크게 증가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읽기 이해력이 부족할 경우 학습 전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긴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 학습 부진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이는 아이들 스스로에게 ‘책을 잘 읽지 못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자신감 저하로 연결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종이책 중심의 전통적 독서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환경을 활용한 새로운 독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귀로 시작한 변화, 읽기 부진 학생의 자신감 회복
최근 교육 현장과 연구 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오디오북’의 교육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초등학교 고학년 읽기 부진 학생의 맞춤형 교육 사례 연구’ 논문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읽기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오디오북을 활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어휘력과 독해력뿐 아니라 학습 태도 전반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오디오북은 글자를 하나하나 해독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아이들이 이야기의 흐름과 핵심 내용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외 연구에서도 12주간 오디오북 청취 활동을 진행한 결과 듣기 이해 능력이 평균 2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전문가들은 오디오북이 단순히 읽기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읽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학습 격차를 완화하는 보완적 교육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상상력과 몰입을 높이는 ‘저압 학습 환경’
오디오북의 장점은 학습 효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각 정보 없이 성우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접할 때 아이들은 장면을 스스로 상상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상력과 공감 능력 또한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다.
해외 학술 논문에서는 오디오북이 학습자의 불안과 긴장을 낮추는 ‘저압(low-pressure)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편안한 목소리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해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이동 시간이나 취침 전 등 일상 속 짧은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어 바쁜 현대 가정의 생활 패턴에도 적합한 콘텐츠로 평가된다.

▲ 귀로 여는 독서의 확장, 초등 오디오북 생태계의 미래
오디오북에 대해 “듣기만 하면 책을 읽지 않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영국 NLT(National Literacy Trust)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오디오북 이용 이후 오히려 종이책 독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응답이 37.5%로 나타났다. 이는 오디오북과 종이책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독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운데 오디오북 제작·유통 사업을 전개하는 오디언이 초등학생을 위한 오디오북 콘텐츠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26년까지 초등학생 대상 오디오북 약 200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인기 지식·교양 도서를 전문 성우가 참여하는 ‘오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해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또한 문화재단 선정 작품을 AI plus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교육기관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귀로 듣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경험이 종이책 읽기와 생각의 확장으로 이어질 때 독서는 아이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오디오북은 책을 대신하는 매체가 아니라, 책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독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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