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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연구소 앤트로픽은 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자사를 국가 안보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주 앤트로픽을 미국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되면 미국방부와 관련된 모든 사업에 앤트로픽의 기술을 활용한 공급업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소송에서 국방부의 이 같은 지정이 불법이며 표현의 자유와 적법 절차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서 앤트로픽은 판사에게 해당 지정을 취소하고 연방 기관이 이를 집행하지 못하도록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앤트로픽 측은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으며 불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미국 헌법은 정부가 막대한 권력을 이용해 기업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이를 이유로 기업을 처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앤트로픽이 자사의 AI 기술을 미국내 시민 감시나 자율 무기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 해제를 거부하자, 지난 주 해당 업체를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 요소로 지정했다. 국가 안보 "공급망 위험"기업에는 주로 중국 등 미국이 견제하는 국가들의 기업이 지정돼있다.
앤트로픽의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은 이 회사의 미국 정부와의 사업은 물론, 다른 AI 기업들이 군사적 용도에 대한 기술 사용 제한을 협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앤트로픽의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 주 이번 지정의 "범위는 제한적"이라며 "기업들이 국방부와 관련 없는 사업은 여전히 자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와 앤트로픽은 AI 안전조치에 대한 이견으로 대립해왔다. 미 국방부는 시민 감시 및 자율 무기 활용 등 민간 기업의 AI기술을 국방부가 모든 합법적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완전 자율 무기에 사용할 정도로 신뢰할 수 없고 위험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 시민에 대한 국내 감시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다.
협상이 결렬된 후 트럼프 정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정부 기관과 앤트로픽과의 협력을 중단하도록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헤그세스의 발표 이후, 앤트로픽은 성명을 통해 해당 지정이 법적으로 부당하며 정부와 협상하는 기업들에게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박이나 처벌”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데이 CEO는 이와 함께 지난 주 IT 뉴스 사이트인 더 인포메이션이 공개한 내부 메모에 대해 사과했다. 이 메모에서 아모데이는 국방부 관계자들이 앤트로픽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로 “우리가 트럼프에게 독재자식 찬사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앤트로픽, 오픈AI, 구글을 포함한 주요 AI 연구소들과 각각 최대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직후 오픈AI가 바로 국방부와의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이후 미국내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신규 이용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오픈AI의 챗GPT는 탈퇴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국방부와의 조급한 계약이 “기회주의적이고 성급했다”고 시인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