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광물 공급 부족 여전
지난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생산 활동에 필요한 핵심 광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때 양국이 ‘무역 휴전’에 합의하며 미국은 펜타닐 관련 관세를 인하하고, 중국은 갈륨·게르마늄·안티몬 등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 금지 조치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공급 상황은 기대와 달리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기차와 풍력발전에 쓰이는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 기반 소재의 소량 공급은 사실상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높아진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했다. 2023년 하반기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작년 4월부터는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의 수출을 제한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는 일부 완화됐지만 가격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수출 금지 유예 조치가 올해 11월까지만 적용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를 일시적 조치로 받아들여 공급 확대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어서다. 배터리·방위산업에 쓰이는 리튬 가격은 올해 1분기 ㎏당 17.28달러로 지난해 1분기(10.04달러)보다 72.1% 급등했다. 반도체·광통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사용되는 게르마늄도 같은 기간 ㎏당 1977.23달러로 19.0% 상승했다.
문제는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것을 넘어 광물 자체가 생산 현장에 제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분기별로 광물 생산 물량을 제한하는 한편 수출 허가를 내주기까지 긴 시간을 소요하는 식으로 수출을 제한한다. 중국 상무부가 최종 사용자 심사를 강화해 새로 광물을 공급받으려는 기업은 광물 확보가 사실상 막혔다. 중국 상하이 컨설팅 업체 타이덜웨이브솔루션스의 캐머런 존슨 파트너는 “일부 공급업체는 고객에게 ‘이 물량을 공급할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통보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즉각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美 “재활용, 게임체인저 될 것”
미국 정부는 핵심 광물 자립을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드리 로버트슨 미 에너지부 차관보는 이날 미국 외교협회 주최 행사에서 “미국에서 폐기물 재활용을 확대하는 것은 핵심 광물 공급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빠른 방법 중 하나”라며 “이 분야의 새로운 기술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기업이 기존 공정에 안주하면서 혁신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기술 발전이 결국 중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이는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여러 활동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광물 공급 협력 협정을 체결해왔다. 지난달 초에는 50여 개국이 참여한 핵심 광물 협력 포럼을 개최했고 ‘프로젝트 볼트’라는 120억달러 규모 핵심 광물 비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광물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성과를 내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구축해온 희토류 생산·정제 체계 역시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몇 주 안에 원자재를 받아와야 하지만 공급망 재편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