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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ETF와 오컴의 면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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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ETF와 오컴의 면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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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투자의 전성시대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은 주식과 부동산, 가상자산을 가리지 않고 가격을 끌어올렸다. 당시 투자 경험이 없던 사람들까지 시장에 뛰어들었고, 투자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몇 해가 흐른 지금, 또 한 번의 상승 국면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국내 주식시장이 주인공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새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코스피지수는 한때 60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19의 키워드가 ‘벼락거지’였다면 지금은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다. 증권사 리포트와 유튜브, 커뮤니티에는 연일 새로운 유망 종목과 투자 전략이 쏟아지고, 시장은 다시 한번 ‘이번엔 다르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투자의 역사는 언제나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기회가 늘어나, 투자 성과 또한 좋아졌을까. 복잡해진 시장 속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뜨거웠던 2025년의 국내 주식시장을 되돌아보자. 2025년 한 해 동안 코스피지수는 76% 상승했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952개 코스피 종목 중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 건 123개로 전체의 13%에 불과했고, 나머지 87%는 지수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무려 28%에 해당하는 270개 종목이 역사적 강세장에서 연간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투자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오히려 고전적인 지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오컴의 면도날’은 불필요한 가정을 덜어낸 가장 단순한 설명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 개념은 투자에서도 유효하다. 수많은 정보와 분석, 예측이 난무하는 시장에서도 결국 장기적인 성공 전략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으로 단순한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제 워런 버핏이 아니더라도 ETF를 통해서 장기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ETF는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의 비중을 늘리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편출한다. 투자자가 일일이 개별 종목의 흥망성쇠를 예측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제 ETF를 꾸준히 매수하기만 해도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는 여전히 ‘핫한 정보’를 좇아 사고팔기를 반복한다. 뉴스, 유튜브, 커뮤니티를 오가며 단기 수익의 유혹에 흔들리고, 결국 높은 거래 비용과 감정적 판단으로 자신의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투자는 지적인 게임이기 이전에 심리의 문제다. 우량주에 분산된 저비용 ETF에 장기적으로,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야말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복잡함을 덜어낼 용기를 가질 때, 투자는 비로소 우리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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