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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간'이 사라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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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간'이 사라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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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질 무렵 서울 대치동과 도곡동 학원가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저녁노을을 등지고 중학생, 초등학생은 물론 서너 살배기 아이들까지 책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들고 등·하원한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학부모로 도로는 북새통을 이룬다. ‘상위 1%’를 향한 레이스의 시작이다. 출생률 하락으로 영유아는 줄어드는데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매년 팽창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K자형 양극화’의 단면이다.

    K자형 양극화는 위로 뻗는 선과 아래로 처지는 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기 그래프를 말한다. 누군가는 더 높이 오르고, 누군가는 더 깊게 추락하는 현상을 함축한다. 문제는 최근 자산, 주거, 소비, 교육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이 격차가 동시다발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월 ‘중간의 실종’이란 기획을 통해 이런 현상을 심층 보도했다.
    사회 곳곳 'K자형 양극화'
    가장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소비의 양극화다. 백화점 고가 명품 매장에서는 ‘오픈런’이 벌어진다. 사회 전반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와중에도 최소 수천만원 하는 하이 주얼리 시장과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파인다이닝 시장은 호황이다. 반면 장기화한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은 가성비 제품만 찾고 있다. 다이소, 무신사, 올리브영 등과 급식 시장의 급성장이 그 방증이다.


    자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격차는 더 커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30세대와 40·50세대의 부동산 자산 격차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고용 한파로 소득이 줄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데 비해 기성세대는 고공행진하는 서울 집값의 혜택을 받은 결과다. 자산 시장에서 소외된 20·30대 젊은 층은 단기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험한 레버리지 상품에 빠져들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교육은 이런 격차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통로다. 부모들이 영유아 사교육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공 로드맵’에서 한 번이라도 이탈하면 영영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공포 때문이다. 사교육 시장은 이런 부모의 공포와 불안을 연료로 삼는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격차를 고착화하는 통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층 간 사다리 복원해야
    이런 구조적 양극화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된다. 먼저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출발선의 격차는 공동체 의식을 무너뜨린다. 정치는 극단화된다. 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희생양을 찾거나 자극적인 단기 처방에 환호하기 마련이다. 건전하고 장기적인 구조적 해법을 찾기보다 특정 집단을 겨냥한 분노의 정치가 득세하기 쉽다. 마지막으로 인구 절벽이 가속화한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긴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행복’이 아니라 ‘리스크’가 된다.


    해법은 계층 간 이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과 아래로 떨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안도감, 계층 간 유연성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K자형 양극화가 더 굳어지기 전에 중간층을 복원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사회적 균열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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