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5극 3특’ 전략을 앞세우며 과학기술·산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대구는 이 게임에서 사실상 ‘선수’가 없다. 경제분야 상임위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어 대구의 미래산업과 경제가 크게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정책 정보 파악조차 어렵다”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22대 국회 대구 지역구 의원 12명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배정된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대구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공백으로 대구시나 대학, 연구개발기관 등은 정부 사업 공모에서 차별받거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대구시 과학경제 부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AI 등 과학경제 분야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구는 정보 파악조차 버거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9월 국비 확보를 위해 국회를 찾은 대구시의 한 간부는 더 솔직했다. “부탁할 대구 의원이 없어 민주당 대구시당 소개로 경기 지역 산자위 위원을 찾아가 읍소했다”며 “대구 경제 현안이 계속 밀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구조적 공백은 숫자로 드러난다. 지난해 9월 정부의 AX(AI 전환) 실증단지 선정에서 부산·울산·광주·경남 등 10개 지역이 이름을 올렸지만, 대구·경북은 전멸했다. 대구시가 전국 4대 AI 거점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음에도, 대구·경북의 강점인 모빌리티 분야는 광주에 빼앗겼다. 의료로봇 중심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도 예산 삭감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정무위엔 3명, 과기위·산자위엔 0명
21대 국회 과기위 위원을 지낸 홍석준 전 의원은 이 상황을 전쟁 비유로 꼬집었다. 그는 “지자체가 정책을 실행하는 육군이라면, 국회의원은 법·제도·정치적 화력을 쏘는 공군이다. 지금 대구는 공군 없이 전투를 하는 것”이라며 “정무위에만 3명이 몰린 반면 과기위·산자위를 방치한 건 광역도시로서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대구의 한 민간연구원 대표는 “전북의 정동영, 경남의 최형두 의원 등은 AI를 비롯한 굵직한 경제 현안을 직접 주도한다”며 “31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인 대구의 부진에는 지역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직격했다.
비슷한 문제는 경북에서도 발견된다. 지역구 의원 13명 중 문화예술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위원은 한 명도 없는 반면, 기후에너지위원회에는 3명이 쏠려 있다. 지난해 국제 행사인 APEC을 문체위 의원 한 명 없이 치른 것이 단적인 예다. 대구·경북 유일의 문체위 위원인 김승수 의원(대구 북을)은 “상임위 배정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등 전략적 접근이 부족했다”며 “후반기 상임위 개편 때 국민의힘 지도부와 지역 정치권이 반드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