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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픽사에 날개 단 Mr.김 "'호퍼스' 창작 아이디어 98%가 쓰레기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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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픽사에 날개 단 Mr.김 "'호퍼스' 창작 아이디어 98%가 쓰레기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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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시리즈가 아니면 흥행이 어렵다.”


    지난해 ‘엘리오’의 흥행 참패는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픽사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스트리밍이 확산하고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에 가족 관객은 티켓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원한다”고 짚었다. ‘토이스토리’ ‘인사이드 아웃’ 같은 검증된 시리즈 속편 외에 새로운 오리지널 서사로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반전이 일어났다. 신작 ‘호퍼스’가 오리지널 회의론을 불식하고 흥행 신호탄을 쏘면서다. 10일 미국 영화 플랫폼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호퍼스’는 지난 6일 북미 개봉 후 첫 주말에 약 4600만 달러(688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017년 ‘코코’ 이후 픽사 오리지널 작품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앞서 지난 4일 개봉한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32만 명을 동원해 ‘왕과 사는 남자’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사람 의식을 동물 로봇에 옮기는 호핑 기술을 접한 19세 소녀 메이블이 환경보호를 위해 동물세계에 잠입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얼개다. 순수한 선과 악이 없는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배려와 이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핵심.

    ‘아바타’ 같은 과학적 상상력과 ‘주토피아’의 재기발랄한 동물 캐릭터를 어떻게 하나로 엮어낸 걸까. 이날 오전 화상 인터뷰로 만난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와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는 이렇게 답했다. “동물들은 야생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거기서 시작했어요.”


    두 사람은 ‘호퍼스’ 제작 전반에 관여한 한국계 애니메이터다. 이 중 각본을 만화 형태의 스토리보드로 만드는 김 슈퍼바이저는 집을 짓기 전 건축설계도를 그리는 역할을 했다.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연구자들이 로봇으로 야생을 관찰하는 아이디어에 ‘미션임파서블’ 같은 첩보물을 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한 그는 “아이디어 98%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찾아낸 순수한 재미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대니얼 총 감독, 제시 앤드루스 각본가를 비롯해 김 슈퍼바이저 등 스토리팀이 한 방에 모여 아무 그림이나 그려가며 매력적인 장면을 찾았단 것이다. 거대한 상어가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장면, 비버가 된 메이블이 인간과 소통을 위해 스마트폰 메시지 음성변환 기능으로 대화를 거는 장면, 애벌레가 왕관을 쓰고 야심을 드러내다 문득 번데기로 변태하는 장면 등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조 아티스트가 담당했다.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 등 정교한 색채를 표현하는 그는 완성된 집의 마감을 맡았다. 그는 동화같은 분위기에서 한 순간에 급박한 스릴러로 오가는 영화의 극적인 표현을 위해 색깔의 대비를 이용했다.

    김 아티스트는 “숲속 자연광은 따뜻한 주황색 느낌으로, 실험실은 공포영화 같은 차가운 초록색을 활용했다”며 “주인공이 동양인인 만큼 (기존 백인의) 파랗거나 초록색 눈이 아닌 까맣고 깊은 눈동자를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호퍼스’는 디즈니가 고수해온 다소 억지스러운 ‘PC(정치적 올바름)주의’를 덜어냈다는 점에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는다. 특히 평면적인 선악 구도를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환경보호를 앞세우는 메이블이 주변인에겐 분노조절 못하는 민폐 민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환경파괴 주범인 시장은 사실 나이 든 어머니와 주변 시민을 평온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 슈퍼바이저는 “특정 견해 대신 밸런스를 찾아야 했다”며 “싸우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나타나면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며 공존하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했다.

    다소 이른 시점이지만 영화계에선 ‘호퍼스’의 속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엘리멘탈’(2023)이 속편 제작을 확정 짓긴 했지만, 2015년 ‘인사이드 아웃’ 이후로 아직 픽사 오리지널이 시리즈로 안착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아티스트는 “동물 캐릭터 상품이 벌써 많이 나왔고,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답했다. IP 상품화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김 슈퍼바이저는 “영화가 잘 되면 속편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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