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 시계를 되감는 ‘유전자 레시피’
역노화 전략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건 ‘세포 리프로그래밍’이다. 신야 야마나카 일본 교토대 교수는 2006년 ‘OSKM’로 불리는 네 가지 유전자(Oct4, Sox2, Klf4, c-Myc)를 이용해 성체 세포를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로로 그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놀라운 건 세포의 정체성을 초기화하는 과정에서 세포의 나이까지 젊어졌다는 것이다.이 기술을 인간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포가 수행하던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제어되지 않는 암세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게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이다. OSKM 유전자를 짧은 기간만 활성화해, 세포의 본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나이 상태만 젊게 되돌리는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후성유전학이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지만,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끌지 결정하는 스위치를 조절하는 것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이 스위치 체계가 흐트러져 염증 유전자는 과도하게 켜지고, 스트레스 복구 유전자는 잠든다.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은 이 흐트러진 스위치를 안정적인 상태로 재배치해 세포가 젊은 시절의 유전자 사용 방식을 회복하도록 유도한다.
◇ 질병 치료 넘어 노화 공략하는 미래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에 역노화 효과가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노화로 시신경이 손상된 쥐에게 이 기술을 적용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 쥐는 신경 재생이 촉진되고 시력이 회복됐다. 노화한 근육의 줄기세포 재생 능력이 향상됐고, 간의 염증과 섬유화가 완화됐다. 피부에서는 상처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요컨대 조직 전반의 건강도가 높아졌다.효과는 개별적인 조직에 국한되지 않았다. 조기 노화 모델(조로증)이나 고령의 정상 쥐를 부분적으로 리프로그래밍하면 남은 생존 기간이 늘어났다. DNA 변화로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나이 시계’ 역시 젊은 방향으로 돌아갔다.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이 개별 세포를 넘어 조직과 개체 전체의 노화 상태를 개선했다.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은 현재 전임상시험(동물 실험) 단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질환을 표적으로 한 초기 임상이 준비되고 있다. 예컨대 부작용 위험이 비교적 적은 안과 질환이나 피부 노화 개선을 목적으로 한 기술이 임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안전성을 검증받고 있다.
이 연구가 갖는 의미는 혁명적이다. 과거의 의학이 개별 질환을 하나씩 치료해 수명을 늘렸다면, 역노화 연구는 노화라는 현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접근법은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닌 조절 가능한 생물학적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기대수명 증가가 정체된 지금 역노화는 건강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핵심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