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TV 좀 틀어봐. 알부민이 그렇게 좋단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얘기하니까 너도 좀 보고. 나 대신 주문 좀 해줘."
직장인 A씨는 최근 지방에 계신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건강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다 홈쇼핑에서 알부민 영양제가 판매되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건강에 좋을 거라는 어머님 말씀을 듣고 TV 홈쇼핑에서 방송 중인 알부민을 주문해 보냈다.
이처럼 홈쇼핑과 온라인 광고를 중심으로 '먹는 알부민'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피로 해소와 체력 개선, 면역력 강화 등을 내세운 알부민 건강식품이 잇달아 등장하고, 일부 유명 의사까지 제품 개발이나 광고에 참여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알부민이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영양제로 자리 잡자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뇌졸중 전문가인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9일 공개된 유튜브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해 '사람들이 챙겨 먹지만 실제로는 효과 없는 영양제' 질문을 받고 "단백질 영양제가 제일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글루타치온, 알부민, 콜라겐 이런 영양제들은 우리가 어떤 식사를 하더라도 다 분해된 다음에 흡수한다"며 "단백질은 전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된 다음에 흡수한다. 즉 음식을 먹지만 성분으로 흡수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백질 계열 영양제 알부민, 글루타치온, 콜라겐을 먹으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글루탐산, 글루타민, 류신, 이소류신, 발린, 아스파르트산, 메티오닌, 트레오닌, 세린 중 대표적인 글루탐산은 우리가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 MSG와 같은 성분"이라고 했다.
즉 조미료를 많이 먹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것.
이 교수는 "알부민과 글루타치온을 많이 먹으면 조미료를 퍼먹는 것과 동일하다"며 "요즘 갑자기 먹는 알부민이 유행한다고 환자들이 물어보길래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알부민은 먹으면 분해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사로 만드는 거다"라며 "단백질을 먹으라고 주면 아주 명백하게 조미료로 다 분해돼서 드시게 된다"고 일축했다.

오메가3를 먹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은 이미 음식에서 많은 오메가3를 먹고 있어서 굳이 필요하나 생각이 든다"며 "편식해서 고기만 먹는다면 오메가3를 따로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아울러 "뇌졸중 예방에 좋은 영양제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적당량을 골고루 먹어라만큼 좋은 말이 없다. 본인의 체중과 체형을 생각해서 먹어야 하는데 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 또한 최근 자신의 SNS에서 일부 의사가 알부민 건강식품 광고에 참여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 전 회장은 "알부민은 영양 상태가 극히 불량한 일부 환자에게 정맥주사로 투여할 때만 의학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이 전 세계 의학계의 정설"이라며 "영양 상태가 정상인 사람에게 알부민을 주사하거나 먹는다고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의사 권위를 이용해 일반인을 혹세무민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협은 초·중학생 대상 인체 그리기 대회 같은 행사보다 이런 비윤리적인 의사들에 대한 공개 징계에 나서야 한다"며 의료계 내부 자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먹는 알부민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임상 근거는 없다"며 "값비싼 알부민 영양제를 사 먹느니 차라리 계란을 먹는 것이 낫다"고 지적한다.
알부민은 간에서 합성되는 대표적인 혈장 단백질이다. 혈액 속 단백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혈관 내 삼투압을 유지하고 여러 물질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간에서 하루 약 10~15g의 알부민이 꾸준히 만들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보충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