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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하청노조 900곳, 원청에 '무더기 교섭'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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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하청노조 900곳, 원청에 '무더기 교섭'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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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가 10일 시행된다. 한국 노사 관계는 미증유의 대변혁을 맞게 됐다. 하청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데다 경영 판단에 따른 구조조정, 공장 이전 등도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대상이 되면서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발전, 산업 전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대응해 사업을 빠르게 재편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개정 전 노조법은 단체교섭 및 쟁의 대상을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한정했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대상을 확대했다.


    예컨대 유명 생활용품 기업 A사는 2023년 중국 저가 상품 공세에 따른 적자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조 반대에도 한국 공장을 매각하고 수백 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그 결과 2024년 간신히 흑자로 전환했고 남은 직원 수천 명의 일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구조조정은 시작도 못 해보고 제동이 걸린다.


    전기자동차 전환으로 사업 재편이 불가피한 자동차업계, 공급 과잉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석유화학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별교섭 전환 속도내는 노동계…하청 비정규직 노조 설립 확대
    업종·직군별 교섭으로 원청 압박
    노동계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원청을 상대로 한 대규모 교섭 요구와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기업별 교섭 중심이던 노사 교섭 구도를 산업별 교섭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노동계 내부에서는 원청 정규직 노조와 하청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며 ‘노노 갈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계는 여전히 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속수무책 상태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노동계 ‘산별교섭 전환’ 기회로
    9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900여 개 사업장에서 14만 명 규모의 조합원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공공운수노조 2만1000명, 서비스연맹 1만8000명, 민주일반연맹 3만 명, 건설산업연맹 6만 명, 금속노조 약 7000명 등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1월부터 현대자동차, 한화오션,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주요 원청 기업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공공운수노조는 법 시행일인 10일을 기점으로 공기업, 주요 사립대 등 15개 원청을 대상으로 9600명의 하청 근로자가 교섭 요구에 들어갔다.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도 CJ대한통운, 우체국, 롯데, 한진을 대상으로 원청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공항노조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전국건설노조는 건설·플랜트 분야 상위 100개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낸다. 민주노총은 원청의 대응을 보면서 업종·지역별 집회를 확대하고 오는 7월 총파업으로 원청 상대 교섭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숙원인 산별 교섭을 활성화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에 비해 노조 조직률이 낮은 하청·비정규직 분야에서 노조 설립을 확대하고, 업종·직군별 교섭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정부와 노동위원회 역시 하청 노동자가 직무, 고용형태 등 다양한 기준으로 교섭 단위를 구성해 원청과 교섭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산별노조를 매개로 직무·고용형태별 교섭 집단을 형성해 원청을 상대로 교섭 압박에 나서는 구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1호 사업장 될라’…기업들은 눈치 보기
    다만 노동계 내부에선 하청 비중이 높은 민주노총과 원청 비중이 높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원청 정규직 노조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발간한 ‘노조법 2·3조 개정 지침 가이드’에서 “임금이나 노동 조건 개선 등 성과 배분 문제에서 노노 간 이해 충돌과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한전KPS 등 일부 공공기관에선 하청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원청 노조가 반대에 나서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란봉투법 체계하에서 교섭이 시작되면 원청 노조도 이해관계 충돌을 체감할 것”이라며 “노사 갈등에 더해 노노 갈등이 노사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경영계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제조업체 인사담당 임원은 “법 적용 1호 사업장이 되면 정부는 물론 여당의 눈총까지 받아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 분쟁 1호 사업장을 면하는 게 우선 목표”라고 했다.



    일부 원청 대기업은 컨설팅을 통해 기존 도급 계약서와 업무 지침, 운영 규정 등을 정비하며 ‘사용자성’을 최소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법 적용 범위와 방식이 여전히 불확실해 대응에 한계를 느끼는 분위기다.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자체가 모호해 시행령·지침을 고려해도 현장에서 실제로 교섭과 쟁의행위가 어떻게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산업 현장에서 교섭 지연, 소송 증가 등 큰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변수가 많아 교섭이 지연되면 사실상 1년 내내 교섭하는 ‘연중교섭’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용희/강준완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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