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경제는 활주로 끝에 서 있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은 산업화를 이끌며 분명한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이제는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확산은 국가의 선택지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수치상으로 한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GDP, 외환 보유액, 기술 지표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사회적 체감은 다르다. 자산을 가진 사람은 불안을 느끼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체념에 빠진다. 이 두 감정이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줄어들고, 정부는 지원금 확대에 기업은 비용 절감에 몰두한다. 이는 급격한 붕괴가 아니라 느리게 가라앉는 선택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해답은 벤처에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에 묶인 자본을 모험자본으로 전환하고, 저출산 시대에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스라엘은 초대형 제조 대기업 없이도 수천 개의 하이테크 스타트업을 성장 엔진으로 삼아 1인당 GDP 5만 달러, 연 4%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우리는 무엇을 가장 잘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며 다시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섰다.
대한민국의 외형은 여전히 그럴듯하지만 내부 엔진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활주로는 짧아지고 있지만, 이륙에 성공한다면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공무원·전문직·대기업이 앞줄에 서던 사회 구조에서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잠재성장률 1%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벤처국가로 새로운 활로를 열 것인가. 앞으로의 5년이 그 이후 50년을 결정짓는 시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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