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족은 쉽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저질러야 합니다. 일확천금만을 노리고 가는 길에는 반드시 어떤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가 와닿았습니다.(웃음)"
배우 하정우가 9일 서울 구로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tvN 새 주말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 제작발표회에서 19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하정우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일찌감치 정리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내놓은 것일 뿐 심경의 변화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저 또한 경제 지식이 부족했을 때 저질렀던 실수들이 있었기에 대본 속 기수종의 처지에 깊이 공감했고, 건물을 가졌다고 해서 인생이 항상 핑크빛은 아니라는 점이 이입됐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그동안 '추격자', '황해', '신과 함께' 등 굵직한 영화들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통해 활동해왔지만, 방송사 드라마 출연은 2007년 MBC '히트' 이후 19년 만이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하정우가 선보일 하이퍼 리얼리즘 연기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하정우는 복귀에 대해 "실감이 안 난다"며 "시청률로 평가받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촬영할 때는 영화 촬영장과 다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방송이 시작되면 알 것 같다"며 "지금은 겸허한 마음으로 시청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정우는 "코로나19 이후 작품 성적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매 작품 더한 각오로 임했기에 아쉬움은 없다"며 "평생 해야 할 일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순간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 대해 하정우는 "멍청한 회사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2억원으로 20억원짜리 꼬마 빌딩을 사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일을 꿈꾸신다면 많은 참고가 되실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인물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 씁쓸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목격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물주'는 빚에 허덕이는 생계형 건물주가 가족과 건물을 지키기 위해 가짜 납치극에 가담하며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그린다. 하정우, 임수정, 김준한, 정수정, 심은경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상반기 주요 화제작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 '남극일기', '페르소나'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과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오한기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임수정은 기수종(하정우 분)의 강단 있는 아내 김선 역을 맡아 위기의 순간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을 연기한다. 특히 영화 '거미집' 이후 다시 만난 정수정과의 호흡에 대해 "좋은 작품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던 기회가 빨리 와서 기뻤다"며 "캐스팅 라인업을 보고 단연코 이 팀과 함께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선 역에 대해 임수정은 "김선은 건물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남편과 티격태격하고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함께 해결하면서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준한은 기수종의 친구이자 서슴없이 일을 저지르는 민활성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더한다. 정수정은 부동산 큰손 어머니를 돕는 외동딸 전이경 역으로 분해 다이내믹한 매력을 선보인다. 김준한은 민활성에 대해 "꿈의 사이즈가 남달라서 그 꿈에 자신의 삶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며 "야망이 있는 인물이다 보니 활성 때문에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정수정은 "전이경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복합적인 감정선을 겪게 되는 인물"이라고 했다.
일본 시상식을 휩쓸고 5년 만에 한국 드라마로 돌아온 심은경은 기수종을 위협하는 빌런 요나 역을 맡아 강렬한 변신을 선보인다. 심은경은 "요나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인물이고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질이 안 좋고 나쁘다"며 "1회부터 기수종을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한다"고 전했다. 또한 심은경은 "악역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큰 재미가 있었다"며 "참 나빴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보다 더한 칭찬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임필성 감독은 이른바 드림팀 캐스팅에 대해 "10년마다 한 번 오는 대운이 지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 감독은 "처음으로 대본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작품임에도 대본의 힘이 워낙 컸다"며 "영화보다 빠른 호흡으로 촬영해야 했지만 훌륭한 배우들과 끊임없이 의논하며 자연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언더커버 미스홍' 후속으로 오는 13일 밤 9시 10분 첫 방송된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