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특허 관련 기밀을 외부에 넘기고 그 대가로 약 100만달러(약 15억원)를 받은 전직 직원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직원은 특허를 사들여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특허괴물' 업체까지 설립해 삼성전자 공격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와 공모한 또 다른 특허관리기업 대표도 함께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경택)는 9일 삼성전자 IP센터 전 직원 A씨와 특허관리기업(NPE) 대표 B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및 배임 수·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NPE는 생산시설 없이 특허를 매입한 뒤 이를 토대로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특허 수익화 전문기업으로, 흔히 ‘특허괴물’로 불린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4~6월 B씨로부터 "삼성전자에 특허를 매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만달러를 받고 삼성전자의 특허 분석자료 등을 B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는다.
유출된 자료는 삼성전자 내부 전문가들이 NPE가 주장하는 특허 침해 여부와 대응 전략 등을 정리한 분석 자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NPE가 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이 어떠한 패를 가졌는지 알고 배팅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 B씨와 NPE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관련 ‘클레임’을 제기해 해당 특허의 소유권과 사용권 취득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만든 뒤, A씨에게서 받은 내부 자료를 협상 과정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내부 전략을 파악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해 삼성전자와 약 3000만달러(약 449억원) 규모의 특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계약을 기반으로 NPE 상장까지 추진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
A씨는 재직 중 별도의 NPE를 몰래 설립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공격을 준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투자 유치를 시도하면서 삼성전자 내부 특허 분석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사내 감사 과정에서 B씨로부터 받은 100만달러를 숨기기 위해 ‘외국환 입금 확인서’를 위조한 뒤 자녀가 유학 중인 학교에서 반환받은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A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A씨의 동료였던 또 다른 전직 삼성전자 직원 C씨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특허 분석 자료를 전달하면서 "NPE에는 귀중한 소스이니 대가로 500만달러를 요구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특허 기밀 분석에 관여한 NPE 직원 2명과 해당 법인 역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최근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NPE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며 "전문수사 역량을 발휘해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NPE의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B씨가 삼성전자와 체결한 약 3천만달러 규모 특허 계약은 삼성전자 측이 기망이나 착오에 따른 계약이라고 주장할 경우 민사상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검찰은 해당 3000만달러를 범죄수익으로 보고 추징보전을 청구할 방침이다. 추징보전은 재판에서 몰수나 추징이 선고될 가능성에 대비해 판결 전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절차다.
B씨 측 NPE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추가 기소된 당사 임직원들은 B씨가 전달받은 자료를 특허 취득이나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당사는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충실히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