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發)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민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유가 상승기에 편승한 정유사와 주유소의 과도한 가격 인상을 ‘민생 역행 행위’로 규정하고, 유가 상한제인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 검토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유 4사 및 유관 기관이 참석한 ‘중동 상황 대응본부’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미국 방문 직후 귀국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시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제 유가가 오를 땐 하루이틀 만에 즉각 반영하면서,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는 국민적 불신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했다.
정부는 범부처 합동 점검단을 가동해 △가짜 석유 판매 △정량 미달 △가격 담합 △세금 탈루 등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특히 전국 2000여 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비노출 검사 차량을 동원한 암행 점검을 실시해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정부는 시장 자율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와 관련, 산업부는 차관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 설계에 착수했다.
김 장관은 “제도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 등 부작용 검토를 이미 마쳤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즉각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사태 악화에 대비해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도 유지된다. 정부는 해외 생산분 도입을 서두르고, 수급 위기가 심화될 경우 비축유를 즉시 방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김 장관은 “정유업계도 가격 인상 자제에 적극 동참해달라”며 “국민 불안이 없도록 석유 수급 안정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