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류·항만 등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공장 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거나 로봇과 결합해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전통 제조 기업들도 AI 기술을 활용해 공장 운영 효율을 높이는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9일 업계에 따르면 제조·물류·항만 기업들은 생산 설비와 유지·보수에 피지컬AI 기술을 적용하며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생산 설비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위험 작업을 로봇이 대신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설비 데이터를 활용한 AI 예지정비 기술을 지난 4일 스마트공장·자동차산업전(AW 2026)에서 공개했다. 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한 AI 품질관리 솔루션도 선보였다. 촬영 영상을 분석해 제품이나 용접 부위의 미세 결함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기술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기존 육안 검사보다 검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운영의 지능화 기술도 등장했다. LS일렉트릭은 공장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AI 팩토리’ 모델을 개발해 4일 공개했다. 설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생산 계획과 설비 운영을 분석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공장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량률을 낮추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AI와 로봇을 결합한 자동화 기술도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DX는 제조 설비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선보였다. 항만 하역 설비를 자동으로 운전하는 기술과 철강 제품 코일 하차 작업을 자동화하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생산 현장에서 테스트하기 어려운 공정은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AI 알고리즘을 학습시킨 뒤 현장 설비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다. 고온·고중량 작업 등 위험 구간에서는 로봇과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작업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 범위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로봇을 활용한 단순 자동화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설비 데이터 분석과 AI 판단 기능을 결합해 공장 운영 자체를 지능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AI 시장 규모는 341억달러로 2030년까지 약 1550억달러까지 성장이 기대된다. 한 산업 관계자는 “AI가 설비 데이터를 분석하고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의 스마트공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