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251.87

  • 333.00
  • 5.96%
코스닥

1,102.28

  • 52.39
  • 4.54%
1/2

[취재수첩] '산으로 가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취재수첩] '산으로 가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찐빵에 앙금을 빼고 팔라는 것 아닙니까. 어쩔 수 없이 앙금을 빼고 판매한다고 해봐야 소비자가 손을 대기나 할까요.”

    대형마트 관계자가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방안을 두고 한 촌평이다. 지난달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소상공인단체 반발에 부딪히자 최근 민주당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이다. 대형마트 매출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40% 수준이다. e커머스 업체의 새벽배송 물량에서도 신선식품은 30~5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 “사실상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사업을 하라는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절충안이 거론되자 유통가는 들끓고 있다.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유통산업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라도 규제를 확실히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상공인단체는 규제 완화를 철회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유통산업 현실을 제도가 조금이나마 따라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유통시장이 쿠팡 등 온라인 업체에 쏠린 만큼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대형마트에 주자는 목적도 있다. 대형마트와 e커머스업계에 형성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해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국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8%까지 쪼그라들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과 운영 시간을 제한한 결과다.

    규제가 오프라인 유통업체 발을 묶어둔 한국과 달리 해외는 오프라인 업체가 실험적 방식을 도입하며 온라인 업체에 반격하고 있다. 미국 대형마트 타깃은 지난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배송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일배송 전용 물류센터를 설치했다. 지난 1월 월마트는 미국 내 270곳 매장에서 드론 배송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표심을 의식한 반쪽짜리 규제 완화는 당초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더기식 절충안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해 유통 규제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합리적 규제를 설계해 업체 간 경쟁을 촉발하고 소비자 후생까지 높이는 선순환을 작동시켜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12년 전 골목상권 보호라는 목적을 안고 출발했지만 시장은 그때와 180도 달라진 환경에 처했다. 법 이름처럼 ‘유통산업발전’을 이루려면 국내 현실을 직시한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