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 여주 바바패션 물류센터. 온·오프라인에서 옷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들이 바코드를 스캔했다.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품과 주문 정보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자율주행 물류 로봇 ‘AAGV’(사진)가 데크를 따라 주행하면서 해당 상품을 옮겨 택배상자에 넣었다.이곳은 패션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재고 처리를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한 곳이다. 통상 패션업체는 특정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이 품절되면 다른 매장의 재고를 옮겨 채운다. 하지만 재고를 분류·이송하는 동안 시차가 생겨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때문에 매장마다 ‘안전재고’를 쌓아두려는 수요가 많고, 시즌이 끝난 후 남아도는 재고는 결국 전량 반품돼 창고로 되돌아온다.
‘아이잗바바’, ‘지고트’ 등 여성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바바패션은 ‘인공지능 전환(AX)’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2020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물류 로봇 ‘AAGV’ 개발에 나선 것. 당시만 해도 바바패션과 같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중에서도 물류센터에 AAGV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기존에는 직원이 수작업으로 상품과 주문 정보를 일일이 확인했다. 디자인, 색상, 사이즈 등에 따라 상품 수(SKU)가 수만 개에 달하는 패션업 특성상 상품 확인·분류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바패션은 로봇 제조사 코텍전자와 손잡고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했다. 각 상품의 특징을 빅데이터화해 주문 정보와 일치하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행거 자동 분배 시스템과 AAGV를 통해 물류 창고에서 딱 맞는 상품을 골라내 택배상자에 넣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했다.
2024년 이 시스템을 적용한 후 바바패션의 물류 처리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AAGV 로봇의 처리 속도는 한 시간당 최대 3500개. 사람보다 4배 빠르다. 현재 바바패션 여주물류센터는 전국 400여 개에 달하는 매장의 상품을 다루지만, 필요 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높은 자동화율로 작업 숙련도가 낮은 신입 직원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구조다.
바바패션이 AAGV를 도입한 이후 대기업도 속속 AI 물류 시스템 도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바바패션은 향후 재고 관리 시스템을 3차원(3D)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현실과 같은 공간을 구현해 상품 위치와 정보값을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시스템이다.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매장 상품기획자(MD)와 작업 현장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효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