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여건 속에서도 ‘2026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가 7개국 264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3일간 총 1만2700명의 참관객이 참가해 1억 9000만 달러의 상담 성과를 기록했다고 대구시는 8일 밝혔다.
‘리부트(RE:BOOT)’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번 PID는 과거 의류용 원단 생산에 집중했던 대구 섬유산업이 △친환경·고기능 소재 △산업용 첨단 소재 △AI·로봇 융합 등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역 대표 섬유기업인 원창머티리얼, 대현티에프시 등은 극한 환경에서도 신체를 보호하고 쾌적함을 유지하는 고기능성 라이프웨어 소재를 선보였다. 삼일방직, 보광아이엔티, 백일 등은 고강도·고내열 특성을 극대화한 기술력을 뽐냈다.
이 가운데 백일은 아라미드 소재를 활용해 주물공정 보호복부터 로봇 외피, 공군 화생방복까지 적용 가능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특수복 분야의 강자인 보광아이엔티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노멜트(No-melt)·노드립(No-drip)(화염·폭발 등 고온환경에서 기존 합성섬유 전투복의 약점을 극복, 녹아내림 등 방지) 신소재 전투복을 공개해 국방 섬유의 미래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노섬유 전문기업 피앤드에이는 전기나노방사 기술을 활용한 초극박 단열 소재를 선보였다. 이 소재는 스마트폰 열차단 등에 필수적인 소재로, 현재 국내 대형 전자기업과 제품 적용을 위한 실장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AI와 로봇 기술의 융합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KOTMI)은 섬유 제조 공정에서 고강도 반복 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팔레타이징 로봇과 실 감는 와인딩 로봇을 선보였다. AI테크관에서는 AI 스타일링과 패션 트렌드 예측 등 디지털 기반 섬유산업의 변화를 소개했다.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미국·캐나다·일본 등 28개국에서 방문한 바이어들이 참가기업과 밀착형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글로벌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의 제품 개발자 람시얀은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성을 동
시에 만족시키는 원단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평했다. 지프(Jeep), 돌체비타(Dolce Vita) 등 유명 브랜드를 제조하는 미국 아메렉스 그룹(Amerex Group)의 안젤라 마타라조는 “한국산
소재를 다음 시즌 라인에 전격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혀 수출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시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은 영원코퍼레이션, 대영패브릭, 백산자카드, 자인 등 지역 제조사와 디자이너 브랜드가 협업해 새로운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기 대구광역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은 “올해 PID는 지역 섬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정표를 제시한 자리였다”며 “대구가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혁신을 선도하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