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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지 않으면 딜은 없다"라고 밝혀 전쟁 장기화 걱정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2월 고용이 큰 폭의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면서 뉴욕 증시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사모대출 불안도 고조되면서 시장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1. 1월 급증한 고용, 2월 대폭 감소
5일(미 동부시간)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3~1.6%에 이르는 큰 폭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세 가지 악재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훨씬 나빴습니다. 지난 1월 일자리가 예상을 크게 넘는 13만 개 증가한 것으로 나온 뒤 월가는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런 믿음을 뒤집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2월 신규 고용은 9만2000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고요. 12월 수치는 기존 4만8000개 증가→1만7000개 감소로, 1월은 13만 개→12만6000개 증가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3개월 평균 고용은 월 6000개에 그치고요. 6개월 평균은 월 -1000개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일자리 감소는 많은 업종에서 나타났습니다. 교육 및 헬스케어에서 3만4000개 일자리가 감소했는데요. 이 부문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월평균 5만7000개씩 일자리를 만들어내던 분야입니다. 또 건설업(-1만1000개) 제조업(-1만2000개) 레저숙박업(-2만7000개) 등에서 고용이 줄었습니다. 금융 부문은 1만 개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실업률은 0.1%포인트 상승한 4.4%로 올랐는데요. 가계 조사에서 실업자 수가 20만3000명 증가하고, 노동인구는 1만 8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탓입니다.
주당 근무 시간은 34.3시간으로 변동이 없습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예상치보다 0.1%p 높은 0.4%를 기록했습니다.
좋게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었습니다.
① 지난 2월에 파업이 있었습니다. 병원 체인인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 직원 3만1000명이 파업한 게 헬스케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노동통계국(BLS)은 주로 파업 영향으로 헬스케어에서 3만7000개 고용 손실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②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미 동부와 중부에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는 등 날씨가 나빴습니다. 1월에 4만8000개 증가한 건설 고용이 1만1000개 감소로 돌아선 것, 레저접객업 고용이 감소한 것 등은 악천후에 일부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② BLS은 이번에 가계조사에서 업데이트된 인구 추정치를 반영했습니다. 통계 방법에서도 일부 오차가 나타났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백악관의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하게 발표된 데 대해 날씨, 파업, BLS가 사용하는 출생-사망 모델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며 "미국 경제는 강하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이민 감소로 고용 손익분기가 월 3만~4만 개 증가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다른 고용 데이터는 급속한 악화를 가리킨 게 없습니다. ADP가 발표한 2월 민간 고용은 6만3000건에 달했고요. 실업수당 청구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또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조사한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제조업 고용(48.1→48.8), 서비스업(50.3→51.8)로 각각 개선됐었습니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나쁜 수치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RSM은 "전반적인 고용 감소 가능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파업과 계절적 요인 등이 있어서 이번 고용보고서가 즉각적 경기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는 고용 후퇴를 나타내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용이 악화하면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내려 대응해야 할 텐데요. 문제는 치솟고 있는 유가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는다면 쉽게 내리기 어렵습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린지 로스너 채권 헤드는 "고용 약세 징후는 Fed가 금리 인하를 미루면 대가(불황)를 치러야 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단기 정책 방향은 중동 분쟁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이란 사태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고용 상황을 다소 가리고 있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 전망이 불투명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2월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기존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우리는 1월 보고서가 호조를 과장했던 것처럼, 2월 보고서는 약점을 과장했다고 본다. 이는 파업과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계절조정 방식과 기업의 설립/사망 모델 변경도 이뤄졌다. 그래서 Fed가 관망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를 인하하려면 노동시장의 약화 추세가 훨씬 더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는 그런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2월의 부진은 올해 하반기 인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ING는 "1월 고용 수치는 강세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이, 오늘 2월 데이터는 날씨, 파업으로 인한 약세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본질적으로 노동시장은 월 5만 개 수준의 증가 추세를 보인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가계 재정에 부담을 가중해 궁극적으로 수요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시기를 6월, 9월에서 9월, 12월로 늦춘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용 데이터가 나온 뒤 시장에서는 올해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부 높였습니다. 연말까지 총 45bp의 인하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고용보고서 발표 전 예상치인 35bp보다 높아진 것입니다.

Fed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신중했고요.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노동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기대는 지나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카고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고용보고서는 좋지 않았다. 이런 데이터가 몇 달 동안 계속된다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다만 한 달 치 데이터만으로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다"라고 덧붙였지만요. 하지만 보스턴의 수전 콜린스 총재는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다.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긴급한 필요성은 없다"라고 했고요. 클리블랜드의 베스 해맥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금리 정책은 상당 기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1월 소매판매 데이터도 함께 나왔는데요. 전월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역시 악천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요. 이는 0.3% 감소를 예측한 컨센서스보다는 나은 것입니다. 변동성이 큰 휘발유, 자동차, 건축자재 판매 등을 제외한 통제군 소매판매는 0.3% 늘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예상 0.2% 증가보다 높은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소매판매 감소는 주로 자동차, 휘발유 판매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2월에는 기상 조건으로 인한 판매 둔화가 나타났지만, 3월부터는 세금 환급 증가에 따른 소비 활성화 효과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란 전쟁 여파로 가계 소비 심리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 변동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 90달러 돌파한 유가…"150달러 간다"
두 번째 악재는 유가의 상승세입니다.
나쁜 고용 데이터가 나온 직후 시장 금리는 급락했었는데요. 금세 회복하고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4.105%까지 내렸다가 4.187%까지 뛰면서 4.2%에 근접했습니다.

이는 유가 때문이었습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게 고용 악화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브렌트유는 아침부터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이란이 페르시아만 상공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붓고 이스라엘이 공습을 재개하면서 분쟁은 7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타르의 사드 알 카비 에너지 장관이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유조선 통행이 불가능해지면 향후 몇 주 안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한 게 불안을 부추겼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세계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라고까지 경고했습니다. 카비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직 '불가항력'을 선언하지 않은 걸프 지역의 모든 에너지 수출 기업이 며칠 안에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이라크는 저장 공간 부족을 이유로 어제부터 하루 150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감축했고요. 쿠웨이트도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습니다. 유정 폐쇄는 재가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통상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 동결을 검토 중으로 보도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힌 호르무즈 해협을 뚫기 위해 유조선 보험, 보증 지원과 해군 호위 등을 제시했는데요. 석유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맷 스미스 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평소 매일 약 100척의 유조선과 화물선이 통과하지만, 현재는 약 400척이 묶여 있다. 미 해군이 한 번에 몇 척씩 호위하더라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선주들은 물리적 안전을 우려해 운항을 중단했으며, 보험은 실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선주들이 다시 해협을 통과하려면 공격이 없는 기간이 장기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어제 "미 재무부가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원유 선물 시장 개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해 유가가 일부 안정을 되찾기도 했는데요. 블룸버그는 재무부가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을 배제했다고 썼습니다. 스트라타스어드바이저스의 존 페이시 사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심각한 공급 차질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여유 생산능력도 페르시아만 외에는 없다. 궁극적으로 상당한 양의 석유가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금융 조작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미 재무부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석유 일부를 인도가 30일 동안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소셜미디어 메시지에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단숨에 돌파했습니다. “무조건 항복 외에는 이란과의 딜(협상)은 없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월가는 유가가 치솟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그럴 가능성을 부인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란 정권은 붕괴하기보다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무조건 항복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워싱턴포스트는 "미 육군은 최근 제82공수여단의 훈련을 취소했다. 이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임무(이란 전쟁 참여)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병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가장 큰 걱정은, 시장에 이번 전쟁이 비교적 빨리 끝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점이다. 모두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수많은 전쟁의 결과는 거의 항상 예상과 달랐다"라고 말했습니다.
워튼스쿨의 제레미 시걸 교수는 "매우 걱정스럽다. 다음 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 같다. 오일 쇼크는 트럼프 감세법에 다른 재정 부양책 등보다 영향이 클 것이다. 단기적으로 유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다. 시장에 오랜 기간 조정이 없었는데, 약세장 전환을 예상하지는 않지만 5~10% 조정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UBS는 "유가가 경제 성장이나 인플레이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려면 수개월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증시는 지정학적 충격이 일시적이라는 게 분명해지면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데,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증시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및 그에 따른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가 그랬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2.21% 상승한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023년 9월 28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브렌트유 선물도 8.52% 오른 92.6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주간 기준 WTI는 35.63% 급등하며, 1983년 이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요. 브렌트유의 주간 상승률도 약 28%에 달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일 쇼크가 경제에 미칠 걱정이 커지면서 금리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오후 3시 4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4bp 하락한 4.142%, 2년물은 3.8bp 내린 3.561%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Fed는 통상 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시적 혼란으로 간주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충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광범위한 물가 충격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식료품 가격도 곧 오를 수 있는데요. 전 세계 비료 공급량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됩니다. 요소 비료의 핵심 원료가 천연가스이기 때문입니다. 부크바리포트의 피터 부크바 설립자는 "이제 비료와 작물 가격을 주시해야 할 때다. 비료의 15~3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게다가 중요한 파종기가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헬륨 가스도 공급난에 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헬륨은 천연가스 생산의 부산물입니다. 이란이 세계 최대 LNG 수출 시설인 카타르의 라스 라판을 공격하면서 헬륨 공급원이 차단되었습니다. 헬륨 현물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35~50% 상승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더 큰 우려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가격의 직접적 물가 영향 외에도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월가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자꾸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시카고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에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도 악화된다면, 당장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3. 계속 번지는 사모대출 불안…블랙록 7% 급락
세 번째 악재는 사모대출 불안이 계속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주력 사모채권 펀드 중 하나에서 환매 요청이 빗발치자, 사상 처음으로 환매를 제한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260억 달러 규모의 비상장 사업개발회사(BDC)인 HPS기업대출펀드(HLEND)에서 지난 분기 전체 지분의 9.3%를 환매해달라는 요청이 나타났는데요. 이에 분기별 한도인 5%를 넘어서는 환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블랙록의 환매 제한은 어제 블랙록이 BDC인 블랙록TCP캐피털이 2500만 달러 규모의 사모대출 1건을 전액 상각한 데 이은 것입니다. 이에 블랙록의 주가가 7.7%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사모대출 불안이 커지면서 환매 요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블루아울캐피털은 이를 영구 중단했다가, 이번 위기를 심화시켰고요. 이에 블랙스톤은 한 사모대출 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액이 분기 한도인 5%를 넘자, 임직원들이 돈을 내서 환매를 받아주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사모대출 포트폴리오가 자산운용사들이 보고하는 것처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 왜 자금 인출을 제한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걸까. 성과가 좋은 자산을 매각하면 되는데, 어려운 점은 뭘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다만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CEO는 사모대출 시장의 급격한 팽창이 부실 대출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인 위기를 초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 SW 오르고 반도체 내리고
결국 주가는 급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말을 앞둔 터라 장 막판에 하락 폭이 조금 더 커졌습니다. S&P500 지수는 1.33%, 나스닥은 1.59% 떨어졌고요. 다우는 0.95% 내렸습니다.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2.33%나 급락했습니다.

오른 주식이 많지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오늘도 반등세를 이어갔는데요. 소프트웨어 ETF인 IGV는 0.40% 상승에 그쳤습니다. 지난 며칠간 1% 중반에서 2% 이상 오르던 데 비하면 상승 동력이 약해졌습니다.

하드웨어인 반도체 주식은 급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93% 떨어졌습니다. 엔비디아가 3.08% 내리고 마이크론은 6.74% 하락했습니다. 예외가 있었는데요. 어제 실적을 발표한 마벨테크놀로지입니다. 18.35% 폭등했는데요. 실적도 괜찮았지만, 2028 회계연도 매출이 약 40% 증가한 1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제시하는 등 실적 전망이 매우 좋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사업 전망이 계속 개선되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회사는 2027년 데이터센터 매출 전망치가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기존 40%에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봤고, 맞춤형 AI 칩 매출은 10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라면서 목표주가 90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금융 업종도 급락했는데요. 사모대출 불안으로 자산운용사들이 급락했고요. 2년물 국채 수익률과 10년물 수익률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은행 업종을 끌어내렸습니다. 이는 흔히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을 시사하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렇게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감소하고, 자산 가치가 하락하며,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대출 수요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3~5%까지 큰 폭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유가 급등과 함께 항공유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유가가 1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보잉은 중국과 737맥스 항공기 500대 주문을 협상하고 있다는 보도(블룸버그)가 나온 뒤 4.08% 급등했습니다. 록히드마틴(+2.54%) RTX(+2.89%) 등 방산업체 주가도 계속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S&P500 지수 11개 업종 가운데 필수소비재(0.29%), 에너지(0.13%) 등 두 개만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코스트코는 전날 월가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뒤 1.58% 올랐고요. 월마트는 0.40% 반등했습니다.
5. 물가 데이터 쏟아진다
다음 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쏟아집니다. 최근 유가 급등과 지정학적 긴장을 고려할 때,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11일 발표되는 2월 소비자물가(CPI)는 디플레이션 진전이 정체되고 있음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거비 완화, 악천후로 인한 여행 물가 하락에 따른 것입니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13일 나오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인데요.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PCE 물가는 인플레이션 걱정을 부추길 가능성이 큽니다. 1월 CPI, 생산자물가(PPI) 등을 기초로 월가는 근원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1% 오를 것으로 예측합니다.
물가 외에도 주택 건축 허가 및 착공 건수, 내구재 주문, 구인이직보고서(JOLTS) 등 경제 데이터 발표가 이어집니다.

어닝시즌도 계속됩니다. 9일 휴렛팩커드(HPE) 10일 오라클 12일 달러제너럴, 어도비, 레너 등이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오라클의 경우 AI 관련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텐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투자로 인한 자금난에 직면해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5. 여전한 조기 종전 기대
복잡한 상황입니다.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오늘 기관투자자 500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투자자들은 여전히 4월 말까지 조기 종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식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
=응답자의 43%는 지정학적 군사 충돌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이전에 가장 많이 꼽혔던 AI 혼란을 대체한 것이며, AI 혼란은 인플레이션, 크레딧(사모대출) 여건 악화 뒤인 4위로 내려갔습니다.

▶향후 12개월 동안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순효과는?
=응답자의 49%는 채용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은 언제 끝날까?
=3월에 종료될 것이란 예상은 26%에 그쳤고요. 4월 종전 예상이 36%로 가장 많았습니다.

▶유가의 다음 10달러 움직임은?
=62%는 상승 방향으로 움직일 것을 전망했습니다.

▶S&P500 지수의 다음 10% 움직임은?
=50%는 상승, 50%는 하락을 예상했습니다. 정확히 반으로 엇갈렸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