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주한미군 핵심 방공 전력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경기 평택 오산기지로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오산기지에선 기존에 배치된 패트리엇 포대 외 다른 미군기지에 있던 패트리엇 포대도 식별됐다.
패트리엇은 적의 탄도미사일을 중·저고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로,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함께 주한미군의 핵심 미사일 방어체계다.
패트리엇의 오산기지 이동과 더불어 C-5와 C-17 등 대형 미군 수송기도 오산기지에서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C-17은 미군 장비 및 병력 수송을 위해 정례적으로 오산기지에 오지만, C-17보다 대형인 C-5의 오산 기착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C-5는 패트리엇 등 대규모 화물 수송에 특화있는 만큼 패트리엇 포대를 중동으로 실어나르기 위한 차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패트리엇은 지난해 6월 미드나잇 해머 작전 때 2개 포대가 중동에 순환 배치됐다가 10월에 복귀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전력 이동이 실제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차출 목적인지, 아니면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을 위한 사전 전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훈련 시나리오상 방공 전력의 재배치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 전력의 중동 차출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 방어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한국군의 지원 요청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군 천궁-II(M-SAM) 포대를 미군 기지 인근으로 전진 배치하거나 비상 대기 수준을 높여 미군의 방역 구역을 대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아울러 탄약 등 군수물자 지원이나 KC-330 공중급유기를 활용한 후방 물류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한국군의 지원이 자칫 '제2의 이라크 파병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자이툰 부대 파병은 한미동맹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고(故) 김선일 씨 피랍 사건 등으로 인해 거센 국론 분열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 중동 사태와 관련, 주한 이란대사와 이스라엘대사가 서울에서 각각 '맞불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초등학생 165명 사망' 등 전쟁 범죄를 주장하며 반전 여론을 자극했고,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이스라엘 대사는 그간 이스라엘이 북핵 문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과 이란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 측의 지지를 당부했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측으로부터 군사적·비군사적 지원이나 협력을 요청받은 사실은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조 장관은 주한미군 전력 운용에 대해서는 확인을 피하면서도 "한미 연합방위 태세에는 문제가 없도록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