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를 버린 자식도 재산을 받아야 하나." 오랫동안 상속 실무에서 반복됐던 이 질문에 법이 드디어 답을 내놓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4월 25일 유류분 제도의 핵심 조항들에 헌법불합치 및 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에 발맞춰 지난 2월 12일 국회가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아직 공포 전이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사실상 새 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변화의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2024년 4월 25일부터 즉시 효력을 잃었습니다. 이 부분은 이미 진행 중인 소송에도 적용됩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확대입니다. 2024년 9월 제정된 구하라법은 피상속인을 돌보지 않거나 학대한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그 대상을 직계비속과 배우자까지 넓혔습니다. 부모를 방치한 자녀, 배우자를 학대한 배우자도 이제 상속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가 그 요건입니다. 피상속인이 공정증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하거나, 공동상속인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가정법원이 최종 판단합니다.
유류분 산정에서 기여분을 인정한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민법 제1008조에 단서가 신설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대가로 받은 증여·유증은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습니다. 사실 판례는 이를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해왔는데, 이제 명문 규정이 생긴 만큼 법원의 인정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향후 판례의 축적을 기다려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체감이 클 변화는 유류분 반환의 '금전화'입니다. 기존에는 원물반환이 원칙이어서, 예컨대 부동산을 증여받은 경우 그 지분 일부를 반환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사이가 틀어진 상속인들이 한 부동산의 공유자가 되면서 공유물분할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빈번했습니다. 개정안은 금전 반환을 원칙으로 바꿔 이런 분쟁의 고리를 끊었습니다. 단, 이 조항은 법 공포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적용 시기가 조항마다 다르다는 점은 실무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기여분 관련 조항과 상속권 상실 규정은 헌재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소급 적용됩니다. 반면 유류분의 금전 반환 원칙은 법 공포 이후의 상속에만 적용됩니다. 같은 개정법이라도 어느 날 사망했느냐에 따라 적용 조항이 달라지는 만큼, 사건마다 꼼꼼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30년 넘게 사실상 손대지 못했던 유류분 제도가 이번에 대폭 손질됐습니다. '패륜에도 상속권'이라는 불합리가 걷히고, 헌신적으로 부모를 돌본 자녀가 정당한 대우를 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새 제도의 구체적인 윤곽은 결국 법원이 쌓아갈 판례를 통해 완성될 것입니다. 당분간 판례의 흐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