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들 무조건 바꾸겠네." 삼성전자 갤럭시S26 울트라에 탑재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기능을 소개하는 기사나 유튜브 영상 댓글 최상단엔 어김없이 이처럼 비슷한 반응이 달려 있다. 농담처럼 보이지만 그간의 상황을 반영한 맥락이 있다.
국회 본회의장은 '유리 어항'
국회 본회의장은 2층 사진 기자석에서 의원들이 앉아있는 1층 의석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언론사 카메라가 상시 대기하는 이 구도에서 의원들 스마트폰 화면은 고스란히 노출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포착돼 논란이 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본회의장 휴대폰 사용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고, 사생활 보호필름을 부착하는 의원들도 많다.
유력 정치인들의 '은밀한 대화'는 정국을 거세게 강타하곤 한다. 2022년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화면엔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낸 문자와 함께 '체리 따봉' 이모티콘이 담겨 있었다.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2025년 8월에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에 접속해 인공지능(AI) 관련주를 거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차명 거래 의혹이 불거지며 결국 탈당으로 이어졌다. 2016년 11월엔 당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휴대폰 화면서 본회의장 카메라에 잡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나눈 이른바 '충성 문자' 메시지 내용이 노출되기도 했다.
"애플 당장 도입하라"…세계가 극찬한 '야심작'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S26 울트라를 통해 처음 공개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화면 보안에 특화된 기능이다.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갤럭시S26 울트라 사용 후기를 전하며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은 모든 기기에 적용돼야 한다"며 극찬했다. '애플은 삼성의 새 스마트폰 보안 화면 기능을 가능한 한 빨리 도입해야 한다.' 제목도 직설적이었다.삼성전자에 따르면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로 화면을 가리는 방식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픽셀 자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계했다. 빛을 정면으로만 쏘는 '전면 픽셀'과 넓은 방향으로 확산하는 '와이드 픽셀'로 구성된 이원화 구조다. 보안 모드를 켜면 와이드 픽셀이 꺼지고 전면 픽셀만 작동해, 정면에서는 화면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존 보안 필름과 비교하면 장점이 뚜렷하다. 좌우만 막던 필름과 달리 상하좌우 전방위 차단이 가능하고, 화면 밝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배터리 추가 소모도 없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특정 앱이나 알림창만 선택적으로 가리는 것도 가능하다. 비밀번호 입력창이 뜰 때만 자동으로 켜지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문성훈 삼성전자 MX사업부 하드웨어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디스플레이의 픽셀 단위부터 설계한 기술 혁신"이라며 "처음 아이디어 제안부터 5년에 걸쳐 개발했고 관련 특허도 많이 경쟁사가 이를 모방하거나 유사한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기술적 문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이번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만 보고 휴대폰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아이폰 기종을 사용하는 한 의원은 "의원들끼리도 휴대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번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도 말이 나왔었는데, '바꾸겠다' 하는 경우는 아직 못 봤다"며 "의원들은 소프트웨어 보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사생활 보호필름을 붙여서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갤럭시 기종을 사용하는 다른 의원은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은 의원들 '필수템'인 것 같다"고 호평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